정부 위험한 속도전

2009. 1. 6. 21:44 from 알짜뉴스
     시행령 개정만으로 규제를 푸는 이명박 정부의 ‘속도전’이 가속화되면서 사회적 합의가 별다른 논의 없이 무너지고 있다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수단(정책사업)을 위해 목적(관련법)을 송두리째 흔드는 시도가 잦아지면서 ‘민의 수렴’도 심각한 제한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수도권정비계획법(수정법)과 산업집적 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산집법) 시행령 개정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정부는 수도권 규제완화를 위해 국회 심의가 필요한 법 개정 대신 정부의 의지만으로 가능한 시행령 개정을 택했다.

수정법과 산집법은 수도권의 과밀화에서 파생되는 폐해를 막자는 국민적 합의를 전제로 하는 만큼 정부가 수도권 규제를 풀기 위해선 국회 차원의 논의를 통해 또 다른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하지만 정부는 ‘시행령 개정’이라는 나름의 해법으로 국회 논의를 피했다.

지난해 10월 30일 수도권 규제완화 발표 이후 50일도 안돼 규제완화 방안을 구체화한 수정법·산집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고 이달 안에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수도권의 빗장을 풀 계획이다.

정부의 시행령 개정 시도를 국회 차원의 논의로 끌어 올리기 위해 수도권 규제완화를 반대하는 충청권 의원들이 지난달 초 강화된 법 개정안을 내놓자 정부는 당초 오는 3월경 마무리지으려 했던 시행령 개정 작업을 2개월 앞당겨 처리해 국회를 따돌리기로 했다.

‘경제난 타개’를 명분으로 ‘속도전’이라는 전술까지 끌어들인 정부는 예비타당성 조사라는 사회적 합의도 무력화시킬 준비에 나섰다.

정부는 지난 5일 재해예방·복구 지원 등 긴급한 사업이나 국가 정책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에 대해 예비타당성(예타) 조사를 면제하는 안을 골자로 한 국가재정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 국책사업을 조기에 집행할 수 있는 근거가 필요하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지만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예타없이 굵직한 토목공사를 진행할 수 있게 되면 과연 예타가 적용되는 사업이 얼마나 되겠나. 예산낭비 방지라는 예타의 당위성이 완전히 훼손된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자유선진당 이상민 의원(대전 유성)은 “국회의원으로서 무기력감을 느낄 정도로 정부가 기존 사회적 합의를 뒤흔드는 시행령 개정을 남발하고 있다. 꼼수로 민의수렴 과정을 생략하면 후유증에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다”며 정부의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이기준 기자 poison93@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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