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역 호텔업계의 경영난이 현실화되고 있다.
재정적인 어려움에 허덕이던 홍인호텔의 몰락과 함께 그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던 지역 호텔업계의 열악한 상황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적인 천연자원을 보유한 '유성온천' 명성이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관광객 감소 등에 따른 숙박 예약률도 오래전부터 바닥을 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5년 전통 홍인호텔 문 닫아 충격
35년 전통을 자랑하는 홍인호텔이 이달 말 영업을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60여 개의 객실 및 연회장, 온천탕을 갖추고 명실상부한 지역 대표호텔로 자리잡았지만 심각한 재정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문을 닫게 된 것이다.
홍인호텔은 현재 예약고객을 받지 않고 있으며, 이미 지난달부터 직원들에게는 이직 권고를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 관계자는 "수년째 시설노후화 등에 따른 관광객 감소로 매출감소가 이어져 왔다"며 "오는 30일까지 영업을 마무리하고 이사회 등을 거쳐 향후 사업방향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성온천 관심 사라져, 호텔 고객 유치도 한계
이 같은 재정상의 문제는 비단 홍인호텔만의 문제가 아니다.
도심 속 온천단지인 '유성온천'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면서 대다수 지역 호텔들의 고객유치가 힘들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26일 유성구에 따르면 유성 온천수 사용량은 지난 2000년 정점을 찍은 뒤(153만 t) 최근에는 80만 t로 절반이나 줄었다.
과거 전국적으로 10여 곳에 불과했던 온천이 수백여곳으로 급증했고 대형찜질방·스파, 리조트의 난립과 해외여행 급증으로 유성온천의 존재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위기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지자체·호텔·온천업계 간 유기적 협조가 원활하지 못해 지역 관광업계 불황까지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유성구는 '유성온천 활성화 방안'을 내놨지만 이마저도 뚜렷한 결과물로 이어지지 못했고, 치열한 생존경쟁으로 지역호텔·온천업계들과의 소통의 문도 닫혀 있는 상태다.
◆지역호텔 홍보 마케팅 포기, 관광객 감소 '한몫'
더욱이 대전지역 호텔들이 체류형 관광객 유치를 위한 홍보 마케팅에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어, 지역 관광산업 위축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역 관광업계 한 종사자는 "호텔들은 수익성이 낮은 고객유치보다 비즈니스 간담회, 예식 등 대형 연회 유치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호텔 특성상 숙박객 유치 시 뒤따르는 인력, 부대시설 무료·할인이용 등 투자대비 마진에 별다른 득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역 모 특급 호텔 관계자는 "숙박객은 직원들이 하루 24시간을 꼬박 뒷바라지 해야한다"며 "빈방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일부 숙박객 유치를 위한 마케팅을 펼치기는 어렵다.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이승동 기자 dong79@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