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가 아르바이트 시장의 판도까지 바꾸고 있다.

고졸 이상이면 지원이 가능한 백화점의 일반 판매직이나 단순 아르바이트에 4년재 대학을 졸업하고 각종 자격증 등 일명 ‘고스펙’을 갖춘 대학생들이 몰리는가 하면 일반 아르바이트에 비해 비교적 높은 임금을 받는 관공서의 아르바이트 경쟁률이 지난해와 비교해 수십 배가 뛰기도 했다.

◆ 단순 알바도 ‘스펙’ 경쟁

청주 흥업백화점 최승환 경영관리팀장은 얼마전 판매직 아르바이트 지원자들의 이력서를 보고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한 지원자의 이력서가 일반기업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의 학력에 경력, 그리고 각종 자격증 등의 일명 ‘스펙’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 팀장이 본 지원자의 이력서는 4년제 대학교 졸업에 거의 만점에 가까운 학점, 서울 모 대학의 대학원 졸업, 중소기업에서 근무했던 4년의 경력, 거기에 정보기기운용기능사 자격증, 고급수준에 속하는 PC능력 등을 갖추고 있었다.

최 팀장은 “고졸 이상이면 선발하는 일반 판매직 아르바이트에 이정도 능력을 갖춘 사람이 지원한다는 것은 예년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현상”이라며 “이 지원자뿐만 아니라 최근 들어 4년제를 졸업한 대학생들의 판매직 아르바이트 지원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흥업백화점의 경우 지난해 9월부터 판매직 아르바이트 지원자들이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해 최근에는 지난해 7월 이전과 비교해서 약 200% 이상 증가했다는 게 최 팀장의 설명이다.

최 팀장은 “직접 이력서를 들고 백화점 사무실로 찾아와 자신의 능력 등을 내세우며 서류를 제출하거나 전화로 아르바이트를 문의하는 횟수도 급격히 증가했다”며 “과거에 비해 이직률도 급격히 줄었고 대학생들이 아닌 주부들의 이력서도 눈에 띈다”고 말했다.

◆ 알바구하기, 하늘에 별따기

경기침체에 각 대학교들의 방학까지 시작되면서 구직자들 사이에서는 취업뿐만 아니라 일반 아르바이트에 비해 비교적 고수익이 보장된 괜찮은 아르바이트 구하기는 하늘에 별따기 수준이라는 볼멘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청주시의 경우 지난달 29일 공개 추첨으로 실시한 아르바이트 대학생 모집에서 200명 선발에 1806명이 지원해 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생활이 어려운 기초생활보장수급자, 장애인가정 등의 대학생 182명을 우선 선발했기 때문에 1624명이 18개 자리를 놓고 추첨을 벌여 무려 9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지난 2007년 200명 선발, 905명 지원, 기초생활보장수급자와 장애인 가정 등 75명을 우선 선발을 뺀 830명 중 125명을 추첨해 6.6대 1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무려 15배가 높아진 수치다.

청주시 자치행정과 관계자는 “일반 음식점, 호프집 등 대학생들이 흔히 하는 아르바이트에 비해 수익이 높고 경기침체에 실업난까지 겹치면서 경쟁률이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고형석 기자 koh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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