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사들의 기름값 할인 종료 시한이 불과 보름 앞으로 다가오면서 강한 후폭풍이 예고되고 있다. 운전자들의 기름값 인상에 따른 부담은 더 늘어나 고유가 시대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며 운전자들을 현혹하는 유사휘발유는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운전자들 부담만 가중
충북지역 주유소업계에 따르면 업계에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 S-오일 등 정유 3사가 지난 4월 7일부터 3개월 한시로 시행하고 있는 기름 값 할인 정책이 다음달 6일로 만료된다. 이는 정유사 입장에서는 원래 가격으로 돌아오는 것이지만, 운전자 입장에서는 다시 기름 값이 100원 오르는 것으로 서민들의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됐다.
21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인 오피넷에 따르면 ℓ당 도내 평균 보통휘발유 가격은 1909.62원으로 유가가 급작스럽게 하락하지 않는 한 주유소의 ℓ당 평균 판매 가격은 2000원대를 훌쩍 뛰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원 김모(28·청주시 흥덕구 모충동) 씨는 "정유사 기름값 할인이 지난 4월부터 시작됐다고는 하지만 할인 금액에 있어 실질적으로 체감을 하는 부분은 거의 없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다시 기름 값이 원래대로 돌아온다고 하니 한숨밖에 나오질 않는다"고 말했다.
◆정유업계vs주유업계 신경전
운전자들의 부담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정유업계와 주유업계는 때 아닌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최근 일부 주유소에서 가격이 원상복귀되기 전에 정유사로부터 기름을 저렴하게 제공받아 100원 오른 후에는 더 비싼 가격에 판매하기 위해 주문량을 크게 늘리고 있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 정유사의 경우 지난 1일부터 14일까지 일선 주유소의 전국 평균 주문량이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휘발유는 25%, 경유는 36% 늘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일부 정유사 중에는 현재 주유소로 공급되는 기름 공급량을 축소하면서 적잖은 마찰을 빚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기름 공급량 축소 이유에 대해 정유업계는 주유소들의 사재기 때문이라고 비판하고 있는 반면 주유소들은 정유사들이 적자 판매를 줄이기 위해 물량 자체를 조절한 탓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유사휘발유 다시 기승부릴 듯
정유사들의 기름값 할인 시한이 다가오면서 유사휘발유 판매도 다시 기승을 부릴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충북도내 유사휘발유 판매업체는 16개 시·도 가운데 4번째로 많은 것으로 나타나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인 오피넷에 따르면 충북에서 유사휘발유를 판매하다 적발된 업체는 8곳으로 경기(41곳), 인천(9곳), 서울(9곳)에 이어 많은 곳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유사휘발유 판매는 기존 외곽지역에서만 성행해 오던 것과 달리 이제는 도심지역까지 번지고 있다. 실제 지난 17일 청주 상당구 북문로 A 주유소가 유사석유를 제조·판매해오다 적발됐다.
이 주유소는 도심 한 가운데 위치한 지리적 장점과 타 주유소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많은 운전자들이 이곳을 찾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운전자 염모(36·청주시 상당구 우암동) 씨는 "도심 중앙에서 버젓이 불법영업을 해왔다니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이제는 타 주유소보다 가격이 저렴한 주유소를 보면 무조건 의심부터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정현 기자 cooldog72@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