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 대덕청소년수련관에서 열린 '대전도시철도 2호선 주민설명회'에서 대덕구민들이 곽인상 대덕발전구민위원회 위원장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김호열 기자 kimhy@cctoday.co.kr  
 

대전 대덕구의 준비된 시나리오 대로 도시철도 2호선 주민설명회가 또 다시 파행으로 얼룩졌다.

구와 대덕발전구민위원회의 일사분란한 주민선동과 동원 등으로 도시철도 2호선 노선안과 국철의 전철화 등 지역 주요 현안사업에 대한 객관적인 이해와 설득은 실종된 채 폭언과 고성으로 설명회가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구가 주도적으로 시의 노선안 설명과 의사전달을 틀어막기 위한 사전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공직자·주민을 동원하는 등의 내용이 드러나면서 향후 큰 파문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대덕발전구민위원회는 21일 대덕구 청소년수련관에서 시·구의원, 각 동(洞) 주민자치위원장을 비롯 대덕구민 등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도시철도 2호선 대덕구 노선연장’을 위한 주민설명회를 개최했다.

   
▲ 주민 A 씨가 읽은 문서의 한 페이지. A 씨는 기자를 의식한 듯 문서의 윗부분을 도려내고 문서를 건냈다.
위원회는 본 행사에 앞서 지난 시민공청회 관련 영상을 10여 분 넘게 상영하며 참석자들에게 격앙된 분위기를 조성했으며, 위원회 주요 관계자들은 “대전시는 거짓말 행정을 일삼고 있고, 대덕구를 소외시키고 있다…”는 등의 말로 행사 자체를 파행으로 이끌었다.

문제는 대전시가 직접 대덕구민들에게 설명하기로 했던 도시철도 2호선 노선안과 국철의 전철화에 대한 파급효과 등의 내용들은 구와 대덕발전구민위원회의 시나리오에 의해 철저하게 차단됐다는 점이다.

실제 한 주민은 유세종 시 교통건설국장의 설명에 앞서 준비된 문서를 읽으며, 유 국장의 발언기회를 철저하게 봉쇄했다.

이날 A 씨는 “설명회에 앞서 시 국장에게 3가지를 묻고 싶다”며 “지난 3일 공청회에서 발표한 계획안에 무슨 변화가 있었는지 먼저 밝혀야 하며, 변화가 없다면 설명회는 들을 필요도 없는 것 아닌가”라고 설명회 진행을 차단했다.

특히 본보가 확인한 A 씨의 문서에는 이른바 ‘변수 멘트’, ‘정리 멘트’ 등의 시나리오가 짜여져 있었고, 행사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이 문건은 대덕구 기획감사팀에서 작성돼 유포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혀 향후 사정기관의 감사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지난달 12일 열린 대덕구 도시철도 2호선 주민설명회에 이어 이날 주민설명회 역시 시의 정보전달과 주민설명은 원천적으로 차단된 가운데 단순히 구민들의 정서만 자극하는 모습만 답습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도시철도와 관련한 시의 정보전달과 향후계획을 경청하기 위해 모인 일부 구민들은 즉각 자리를 박차고 행사장을 떠나는 모습도 목격됐다.

주민 B 씨는 “도시철도 노선안과 관련한 시의 입장과 향후 계획을 듣기 위해 설명회를 찾았지만, 다짜고짜 시의 설명은 들을 필요도 없다고 말해 자리를 떠났다”고 성토했다.

박진환 기자 pow17@cctoday.co.kr

서희철 기자 seeker@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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