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학기, 기숙사 짐 때문에 전쟁을 치르고 있어요.”
본격적인 방학시즌을 맞아 기숙사 생활을 하는 대학생들이 크고 작은 짐을 배송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방학동안 기숙사를 비우라는 대학측의 요구에 각종 짐을 집으로 보낸 뒤 개강 때 다시 학교로 가져와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기숙사 물량을 차지하기 위해 소규모 택배업체까지 난립하면서 크고 작은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전지역 모 대학 기숙사에서 2년째 생활하고 있는 박모(21) 씨.
종강과 함께 쫓기듯 기숙사 짐을 빼긴 했지만 2학기 입사를 위해 또 다시 짐을 옮겨야한다는 부담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매년 이맘때 쯤이면 택배회사를 통해 짐을 옮기면서 귀중품이 파손되기도 했고, 비용 또한 만만치 않아 고충을 겪고 있다.
박 씨는 “이삿짐에 비해 작은 분량이지만 컴퓨터 및 각종 옷가지, 생필품, 책 등을 옮기는 일은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수시로 짐을 ‘넣다 뺏다’하다보니 귀중품 분실 및 파손 등 부작용이 발생해 택배회사와 마찰을 빚는 일도 일쑤”라고 말했다.
더욱이 대부분의 기숙사생들이 못해도 1년에 4번은 짐을 옮겨야 하는 상황이다보니 학부모들의 시름도 깊다.
이에 대해 학부모 및 기숙사생들은 학교 측에서 물품을 보관해주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학부모 최 모(50)씨는 “방학때만 되면 기숙사에서 집으로 이삿짐을 나르느라 전쟁을 치르는 것도 모자라 집은 난장판이 되고 있다”며 “학교측의 배려가 절실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수백 명의 기숙사생 짐을 소화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어쩔 도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모 지역대학 관계자는 “소독 및 대청소와 함께 재학생 교육 관련, 각종 연수 등을 위해 방학동안 기숙사를 활용하고 있어 부득이하게 기숙사생들의 짐을 빼고 있다”며 “일반 학생보다 다양한 혜택을 제공받고 있는 기숙사생들이 이해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충남 금산에 위치한 중부대는 최근 기숙사생들의 물품을 방학동안 대학 측에서 맡아 보관해주는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어 학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승동 기자 dong79@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