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지법이 수뢰 혐의로 구속기소된 홍동표 전 청주흥덕경찰서장에 대한 1심 선고를 돌연 연기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자칫 선고결과가 검·경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재판부가 부담을 느낀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청주지법 형사합의12부(이진규 부장판사)는 지난 17일 오전 10시 구체적인 사유를 언급하지 않은 채 홍 전 서장에 대한 선고를 1주일 뒤로 연기했다. 홍 전 서장은 2009년 11월부터 8개월간 불법 오락실업주로부터 금품을 상납받던 브로커 김모(74) 씨로부터 5000여만 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로 지난해 12월 29일 구속기소됐다.
선고가 연기되자 방청객들은 "왜 연기된 것이냐"고 수군거렸고, 검찰 역시 "선고연기를 사전에 통보받지 못했다"며 의아해했다. 청주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홍 전 서장 역시 법정에 출석했다가 돌아갔다.
이 때문에 재판부가 경찰 고위직 출신 피고인에 대한 선고를 연기한 데는 언급하기 어려운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검·경 수사권 조정논의 과정에서 검찰과 경찰이 대립각을 세우는 등 논란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재판부가 전직 경찰간부에 대한 선고에 부담스러웠을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줄곧 검찰의 ‘끼워맞추기식’ 수사를 주장해오던 홍 전 서장이 무죄 판결을 받으면 검찰의 무리한 기소라는 여론의 뭇매를 맞아 수사권 조정 의견에 힘이 실릴 수 있다. 반면 유죄 판결이 나올 때는 검찰의 수사권 조정 반대 논리에 적잖은 영향이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다보니 금명간 검·경 수사권과 관련된 국회 사개특위의 회의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해지다보니 재판부가 한숨 돌리고 선고하자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앞서 청주지검 평검사들은 지난 16일 전체회의를 열고 수사권 조정에 반대한다는 건의문을 마련해 대검찰청에 전달했다.
이 사건에 대해 검찰은 브로커 김 씨의 진술과 계좌내역 등을 토대로 징역 7년에 추징금 5200여만 원을 구형했지만 홍 전 사장은 "브로커가 앙심을 품고 피고인을 무고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무죄를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충실히 기록을 검토한 뒤 판결문을 작성하기 위해 부득이 선고를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홍 전 서장에 대한 1심 선고는 24일 오전 10시 열릴 예정으로, 재판결과가 주목된다.
하성진 기자 seongjin98@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