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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거를 앞두고 있는 청주시 흥덕구 대농지구 내 옛 대농교회 건물 전경. 이덕희 기자 withcrew@cctoday.co.kr | ||
청주 대농지구를 30여 년간 지켜온 옛 대농교회 건물이 조만간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일부에선 상징적 의미를 부여해 보존을 주장하기도 했으나 무허가건물임이 뒤늦게 알려져 사실상 철거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난 1976년 당시 박영일 대농 회장이 노동자들의 정서적 안정을 위해 건립한 대농교회는 ㈜신영의 대농지구 개발사업과 함께 옛 건물이 공원부지에 포함되면서 최근 인근지역에 건물을 새롭게 짓고 자리를 옮겼다. 신영 측에서 옛 대농교회가 위치한 복대동산 일대에 공원을 조성해 청주시에 기부채납키로 했기 때문이다.
당초 교회 측에서는 대농부지가 개발되더라도 대농의 역사를 간직한 자리를 떠나고 싶지 않다는 입장을 피력하기도 했으나 결국 자리를 내줘야만 했다. 이후 교회 측의 아쉬움은 옛 건물에 상징적 의미를 부여해 주민복지시설 등으로 활용해 보존하자는 요구로 이어졌다.
하지만 최근 청주시와 신영은 더 이상 공원조성 계획을 미룰 수 없다고 판단, 옛 대농교회 건물을 철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들에 따르면 현재 복대동산 중앙 1880여㎡ 부지에 남아있는 옛 대농교회 건물 가운데 본당(예배당)은 철거하고, 교육관과 기념관 등 2개동은 공원시설로 활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일부 보존 요구와 달리 옛 대농교회 철거는 사실상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행법상 공원내에는 공원시설만 가능하기 때문에 종교시설인 교회의 존치는 불가능하다. 더욱이 최근엔 이들 건물들이 무허가건물인 것으로 확인돼 보존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졌다. 부속건물 1동만 건축물 등록이 돼 있을 뿐 본당과 나머지 1개 부속건물은 수십 년째 무허가건물로 사용돼 왔던 것이다.
무허가건물을 공원시설로 활용하다 혹시 모를 화재, 붕괴 등으로 이용객 피해가 발생할 경우 문제가 커지기 때문에 철거결정은 사실상 필연적이다. 이같은 이유로 시 또한 무허가건물이면서 상태가 좋지 못한 본당은 철거를, 상태가 비교적 양호한 부속건물 2개동은 활용키로 결정을 내렸다는 설명이다. 다만 무허가건물인 부속건물은 정식 건축물 전환 가능성을 검토한 후에 활용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공원조성 사업을 추진할 신영 측에 옛 대농교회 철거 계획을 전달했다"며 "이르면 내년부터 본격적인 공원조성 사업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주민 박모(44·청주시 흥덕구 복대동) 씨는 "보존 여부를 논하기에 앞서 교회로 이용될 당시 화재나 붕괴 사고가 나지 않은 것을 오히려 감사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철거가 아쉽기는 하지만 무허가건물이라는 사실이 확인된 만큼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전창해 기자 widesea@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