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을 앞둔 대전 둔산여고 3학년 김 모 양은 얼마 전 대입보다 높은 사회의 벽을 실감했다.

부모님의 대학 등록금 부담을 덜어드리고자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았지만 가는 곳마다 수십 명의 경쟁자가 몰려 번번이 고배를 마셔야 했기 때문이다.

특히 시간당 임금이 4000원에도 못 미치는 사무직 아르바이트를 뽑는 자리에선 회복할 수 없는 심각한 수치심을 경험했다.

김 양은 당시를 회상하며 “고용주가 나의 외모를 이유로 다른 자리를 알아보라고 권할 땐 인간적 모멸감까지 느꼈다”고 전했다.

결국 김 양은 상처만 안은 채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는 걸 포기해야 했다.

경제한파에 고3 학생들까지 심각한 ‘아르바이트난’을 겪고 있다.

졸업을 앞두고 대학등록금이나 유흥비 등을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 시장에 뛰어들지만 협소한 일자리로 인해 사회의 쓴 맛만을 경험하는 현실이다.

더욱이 방학을 맞은 대학생들까지 아르바이트 시장에 가세하면서 고3 학생들은 그야말로 바늘구멍을 뚫어야 하는 ‘알바전쟁’을 치르고 있다.

수능이 끝난 지난달부터 인터넷의 대전지역 구직사이트에는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기 위한 학생들의 발걸음이 하루에도 수백 명씩 이어지고 있다.

이들 학생들은 시간, 직종, 임금 등을 불문하고 일단 일할 수 있는 곳을 찾는다며 자신을 홍보하기에 급급하다.

하지만 하루에도 2~3건에 불과한 구인정보와 그나마도 대학생들을 선호하는 분위기로 인해 고3 학생들은 서빙 등 단순노동직 일자리도 찾기 쉽지 않다.

심지어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를 구한다는 한 학생이 “도대체 어떻게 지원해야 합격할 수 있냐”며 도움의 손길을 호소하자 편의점 알바 면접요령까지 인터넷에 떠도는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 초래되고 있다.

이에 대해 고용주들은 경영난으로 인해 일자리를 내놓기가 쉽지 않다고 호소한다.

대전 서구의 한 편의점 사장은 “계속된 적자로 새벽에만 아르바이트생을 쓰고 낮에는 내가, 저녁에는 남편이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다”며 “학생들의 안타까운 사정도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손해보면서 장사할 순 없지 않겠냐”고 토로했다.

이러한 현실에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수당으로 학생들을 고용하는 ‘악덕’ 업주도 등장하고 있다.

대전 대덕구의 A 군은 “시간당 3000원을 준다고 해서 한 달을 일했는데 근무태도가 불량하다는 등의 이유를 대며 급여를 안 줬다”며 “학생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가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진창현 기자 jch801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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