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 서식지 몽골을 가다]8)한국·몽골…정책연구의 현주소

철새는 계절에 따라 인간이 인위적으로 그어 놓은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순전히 생존을 위한 것이다. 그래서 철새들은 '이동'을 숙명으로 안고 산다.

해마다 겨울이면 우리나라를 찾는 독수리나 개리, 고니 등 대표적인 겨울철새들은 서식하고 번식하기 좋은 환경을 가진 몽골이나 러시아 등지에서 봄·여름을 나고 가을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어김없이 남쪽으로 이동한다. 추위도 문제지만 눈덮힌 광활한 대지에선 먹이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교적 겨울을 나기 좋은 우리나라는 겨울철새들에게 매력적일 수 밖에 없다. 겨우내 꽁꽁 얼어 있지 않고 주기적으로 추위가 풀리면 물이 흐르고 먹잇감이 될 만한 생명체가 곳곳에 살아 숨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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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와 희망


물론 우리나라 전체가 이들의 겨울 휴식처는 아니다. 일부 내륙 습지가 남아 있지만 대부분 해안가, 특히 민물과 찬물이 만나는 강 하구에 월동지가 밀집해 있다.

독수리의 메카로 자리잡은 철원과 임진강 하구 장단반도, 물새들이 좋아하는 한강·금강·낙동강 하구, 천수만, 경남 주남저수지 등 30여 곳의 대규모 월동지가 남아 있을 뿐 쉼터 역할을 했던 소규모 내륙 습지들은 서서히 사라져 가고 있다.

내륙에서의 개발 열기가 이들을 서서히 내몰고는 있지만 그래도 그만큼 '환경보전'에 대한 인식도 서서히 확산되고 있다는 점은 다행이다. 특히 천연기념물이나 멸종위기 보호종 등 희귀 조류에 대한 관심과 보호의지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철새들에겐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철새는 계절따라 국경을 넘나들기 때문에 우리만의 노력으론 이들의 생명력을 담보할 수 없다. 이들이 태어나고 자라는 고향의 서식환경이 뒷받침돼야 우리의 노력도 빛을 발할 수 있다.

   
▲ 천연기념물센터 자연문화재연구실에서 문화재수리기능자인 오동세씨가 죽은 원앙을 박제로 재탄생시키고 있다.
▲이제 막 걸음마 뗀 철새보호 공동 노력


겨울철새가 주로 서식·번식하는 곳은 중국과 몽골, 러시아다. 특히 몽골은 국토 대부분이 자연 그대로의 상태를 유지한 말 그대로 '생물자원의 보고(寶庫)'인데 여기서 태어난 새끼들이 겨울만 되면 어김없이 한반도를 찾는다. 우리나라와 몽골이 함께 서식·번식지 보호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

몽골이 서식·번식 환경을 잘 보전해 철새들이 일정하게 개체수를 유지해야 우리나라에서도 그만큼의 철새를 볼 수 있고, 또 월동지 환경을 잘 보전해야 이들이 고향으로 돌아가 번식을 통해 일정한 개체수를 유지할 수 있다. 이게 바로 자연의 순리인 데 우리는 새 천년을 맞이하고 나서야 이 순리를 지켜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후 지속적인 논의 끝에 지난 2004년 우리 문화재청과 몽골 산림자연수자원청이 자연유산 교류협정을 체결하면서 공동연구 추진의 결실을 맺었다.

양국은 협정을 통해 매년 연구과제를 선정, 양국이 공유하고 있는 천연기념물 철새 등 자연유산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 가기로 하고, 첫 공동연구 주제로 독수리를 선택했다. 독수리 월동 개체수가 1990년대 초 50∼100마리, 1990년대 말 150∼200마리, 2000∼2001년 850여 마리, 2001∼2002년 1200여 마리로 급증하면서 독수리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국립중앙과학관 백운기 박사를 중심으로 한 우리 연구진과 몽골 연구진은 2005년 한 해를 몽골 독수리 번식지에 대한 조사와 우리나라 월동지에 대한 조사에 투자해 지금까지 규명하지 못했던 독수리의 생태적 신비를 조금이나마 벗기면서 이동경로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됐다.

2006년도엔 '거위의 조상' 개리의 번식지(몽골)와 월동지(한국)에 대한 폭넓은 연구가 진행됐고 지난해엔 연구진이 더 확충돼 세계문화명승유산으로 등록된 몽골 오르혼강 유역(울란바타르 서쪽 360㎞ 지점)에 대한 전반적인 생태 연구가 펼쳐졌다.
   
▲ 천연기념물센터는 천연기념물의 체계적인 연구·조사·교육 등을 수행하고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지난해 대전 서구 만년동에서 개관했다.

이런 일련의 노력들은 자국에 분포하는 종(種)에 대한 기초자료는 반드시 과학적 조사를 통해 세계 속에 공유하도록 한 유네스코 등 관련 국제기구의 권고를 충족시키는 한편 희귀조류, 우리나라에선 천연기념물로 보호하고 있는 철새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계기로 작용했다. 그러나 이제 막 걷기 시작한 '철새 바로알기' 사업은 한 발 더 나가지 못하고 여기서 주저 앉았다. 양국의 이해관계와 함께 국가 간 연구기반 격차에 따른 한계에 봉착해 올해 연구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했다.

몽골=이기준 기자 poison93@cctoday.co.kr
사진=우희철 기자 photo291@cctoday.co.kr

본 시리즈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 지원으로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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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국립중앙과학관 백운기 박사
철새 보호방안 마련위해 장기적 연구시스템 필요

   
▲ 국립중앙과학관 백운기 박사
- 한국과 몽골의 희귀조류 보호 방안에 대한 연구 사례를 소개해달라.


"2004년 체결된 한국과 몽골 간 자연유산 분야 교류협력협정에 따른 공동연구가 거의 유일하다고 보면 된다. 국가 차원에서 이뤄진 최초의 시도였다. 독수리와 개리 번식지, 오르혼강 유역 생태환경에 대한 과학적 연구자료를 확보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 이 밖에 학계와 기관, 동호회 수준의 민간단체가 심포지엄이나 세미나 등을 열고 있지만 연구 수준으로까지 발전하진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 한국·몽골 간 공동연구에서 나온 성과는 무엇이었나.

"철새에 대해 몰랐던 생태나 이동경로 등을 과학적으로 규명했다는 게 가장 큰 성과다. 우선 독수리 연구에서 한국에 월동하는 독수리가 거의 대부분 유조들이라는 사실과 왜 유조들이 한국에 월동하는지 그리고 월동 개체수가 왜 많은지, 이들의 이동시기와 이동경로, 번식생태는 어떤지에 대해 확인했다. 구체적인 예를 들면 독수리는 과거 몽골을 비롯한 중국, 러시아 일대에 걸쳐 광범위하게 분포했으나 최근 분포가 몽골 인근 지역으로 축소됐는 데 이건 몽골이 아직까지 유목문화가 남아있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유목민들의 문화·관습, 즉 죽은 동물을 독수리 먹이로 제공하기 때문에 독수리에게 먹이가 자연스럽게 제공되고 있다는 점이 몽골의 독수리 개체를 유지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 또 독수리의 번식시기에 맞춰 유목민들의 가축들이 산란을 하는 것인 데 산란 때 죽는 동물의 새끼나 부산물은 독수리의 어린새끼에게는 성장하는 데 엄청난 영양분의 역할을 한다. 이 밖에 몽골에서 태어난 새끼들이 유조로 성장해 그해 겨울 철원 월동지에서 발견됨으로써 상당수의 어린 독수리가 겨울철 한국을 찾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2005년의 경우 천연기념물인 개리와 고니류를 연구했다. 개리나 고니류의 경우 몽골이나 중국의 저수지 가운데 또는 습지에서 번식하는 데 동북아시아에서 기상현상, 즉 비가 적게 오는 현상 때문에 개리 등의 번식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또한 강수량이 적어지면서 유목민들의 가축이 저수지로 몰려와 물을 먹는 행위로 인해 철새번식에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을 얻게 됐다."

- 공동연구 과정에서 느낀 한계는 없었나.

"몽골은 한반도와 70% 이상 같은 생물분포를 가지고 있다. 천연기념물이나 멸종위기 보호종과 같은 자연유산은 전 세계 어디에 분포하더라도 보호를 해야 하는 중요한 종들이다. 그러나 양국 간에 보호의 중요성은 인정하지만 한국과 몽골 간의 문화적·인적·물적 차이 때문에 보호를 위한 체계적인 방안을 강구하기 어렵다는 문제점에 봉착했다. 몽골은 남한의 14배에 가까운 넓은 땅에 250만 명가량의 아주 적은 인구가 살고 있다. 연구 인력이 부족하고 행정력이 미치지 않는 지역도 많다. 그래서 체계적인 관리나 연구 수행에 매우 큰 어려움이 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양국 간에 장기적인 연구시스템이 아직 정립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더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  이기준 기자

Posted by 대청호블루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