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든 소 등을 불법도축한 쇠고기로 가공해 판매한 청주 유명 해장국집의 실질적 운영자인 김성규(53) 청주시의원에 대해 지역민의 공분이 들끓고 있다. 게다가 ‘정당 얼굴’격인 대변인을 김 의원에게 맡긴 한나라당 충북도당이 대변인직 사퇴는 물론 출당, 제명요구 등의 여론을 받아들이기는커녕 사과조차 없이 여론 추이만 지켜보고 있어 ‘도덕 불감증’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충북도당, ‘강 건너 불구경(?)’

김 의원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청주ㄴ해장국’ 본점에도 폐렴에 걸렸거나 주저앉아 일어나지 못하는 다운 증상이 있는 비정상적인 소가 공급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한나라당 충북도당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김 의원이 도덕성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는데도 도당 대변인 자리를 계속 맡기고 있는데다, 사과조차 없이 ‘강 건너 불구경’으로 뒷짐만 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달 30일 가족들이 구속돼 구설에 올랐던 김 의원을 '허위학력게재' 사실이 드러난 강태재 전 충북문화재단 대표이사의 도덕성을 질타하는 기자회견에 참여시키면서 당 내부에서조차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한 당직자는 “당원으로서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면서 “국민이 가장 민감해하는 ‘먹을거리’를 갖고 장난을 친 당사자를 타인의 도덕성을 질타하는 기자회견에 참석시킨 점은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다른 당원은 “같은 당 소속 지방의원이지만, 그동안 ㄴ해장국을 믿고 찾았던 점을 생각하면 정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다”면서 “도당이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지금이라도 도민들의 공분을 식히는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필요하다면 ‘대를 위해 소를 포기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도 "한나라당 충북도당은 자신들이 직접 검증해 공천한 의원이 돈벌이를 위해 지역민의 생명과 건강에 위협을 줄 수 있는 병든 소를 납품받아 판매해 온 사실에 대해 어떤 입장을 밝힐 것이냐"며 "한나라당 충북도당은 이번 사건의 실질적인 책임자라 할 수 있는 자당 소속 의원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의원의 구차한 변명” 분노격화

파문이 커지자 김 의원은 지난 3일 사과문을 통해 "가족에게 믿고 (음식점을) 맡겼던 저의 판단착오였으며,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도의적 책임을 통감한다"며 "다른 체인점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연락이 끊긴 그는 전자메일을 통해 시의회 사무처에 사과문을 발송한 것이 전부다.

도덕적 책임은 물론 이번 사건과 전혀 관련이 없는데도 매출급감 등 피해를 보고 있는 분점들에 대한 피해수습은 뒤로한 채 ‘숨어서’ 여론의 추이만을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 의원의 주장과 달리 충청투데이가 확보한 지난해 6·2지방선거 당시 김 의원이 유권자들에게 배포한 자신의 선거홍보책자에 '청주ㄴ해장국 본점 운영'이라고 게재된 사실이 드러나자 지역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자신의 블로그에서 “도덕성이 중요한 공직에 있음에도 사건 이후 계속 거짓말을 해 관망감을 주고 있다”며 “정치인에게 정의와 양심을 바란 게 잘못이냐. 70여년 역사의 유명한 맛집조차 믿고 먹을 수 없는 현실이 서글프다”고 밝혔다. 최종례 씨는 청주시의회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을 통해 “같이 자식키우는 입장에서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며 “파렴치한 일을 하면서 시민을 위해 일하는 지역의 일꾼이 되겠다고 거짓말을 하느냐”고 비판했다. 정치권과 시민단체도 공세를 퍼부었다. 민주당 충북도당은 성명을 내 "김성규 의원이 구차한 변명으로 청주시민을 더욱 분노하게 하고 있다"며 "정말 치사하고 역겹다"고 맹비난했다.

민주당은 "김 의원은 인척들이 문제를 일으켰을 뿐 자신과는 무관하다는 주장을 했다"며 "처가가 풍비박산이 나도 청주시의원이라는 사람은 혼자 살겠다고 몸부림을 치고 있다"고 비꼬았다.

또 "청주시민의 건강과 생명을 담보로 '병든 소 해장국'을 팔아 불법적인 돈벌이를 하고 청주시의회에서는 시민의 혈세인 세비를 꼬박꼬박 받아 챙긴 데 대해서는 전혀 뉘우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김 의원은 구차하게 변명을 늘어놓지 말고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의원직을 포함한 모든 공직에서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한나라당 충북도당은 6일 현재까지 김 의원에 대한 출당이나 징계 등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않아 공당으로서 주민들의 여론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한편, 불법도축업자로부터 7500만 원 상당의 쇠고기와 뼈를 싼 값에 사들여 친동생들이 운영하는 ㄴ해장국집에 납품한 축산물업체 대표 D(59·김 의원 처남) 씨와 D 씨로부터 공급받은 쇠고기를 가공해 판매한 ㄴ해장국 분점 대표(56·김 의원 처형)가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되고, 이 해장국 본점 대표(52·김 의원 부인)가 불구속기소됐다. 본점과 분점에 납품된 고기는 고객 12만 9000여 명이 먹을 수 있는 분량이다.

하성진 기자 seongjin98@cctoday.co.kr


◆충청투데이는 ‘불법도축 쇠고기 대량 유통 사건’과 관련해 당사자인 김성규 의원의 명예가 훼손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그동안 익명보도를 해 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김 의원이 전자메일을 통해 사과성명서를 발표함에 따라 실명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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