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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옥희 전몰군경유족회 진천군지회장이 군민들에게 무료로 나눠줄 태극기를 정리하고 있다. 이덕희 기자 withcrew@cctoday.co.kr | ||
“아버지를 생각하면 현충일을 그냥 휴일처럼 보내는 사람들의 생각을 바꿔주고 싶었어요.”
현충일(6일)을 사흘 앞둔 지난 3일 충북 진천군 전몰군경유족회 진천군지회 사무실에서 만난 김옥희(61·여) 씨는 주민에게 나눠줄 태극기를 한장 한장 접으며 “6월이 되고 태극기를 보면 아버지 생각이 절실하다”고 했다. 6·25 당시 전쟁으로 아버지를 여읜 김 씨는 충북 진천군 진천읍 교성리 교동마을의 이장을 맡으며 햇수로 4년째 자비를 들여 주민에게 태극기를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교동마을 이장과 전몰군경유족회 진천군지회장을 맡고 있는 김 씨가 적지 않은 자비를 들여가며 태극기를 무료로 나눠주게 된 것은 6·25 당시 돌아가신 아버지 김창환 씨 때문. 6·25 당시 2사단 32연대 소속으로 참전한 김 씨의 아버지는 수많은 6·25 전투 중 가장 치열했던 것으로 알려진 1952년 10월, 백마고지 전투에 참전해 온몸에 파편을 맡고 전사했다.
김 씨가 100만 원이 넘는 자비를 들여 태극기를 무료로 나눠주게 된 계기도 자신이 아버지를 가슴에 묻고 자랑스러워 하는 것처럼 주변 이웃들도 호국보훈의 달인 6월 한 달 만큼은 나라를 지켜낸 호국 영령을 가슴속에 담길 바라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김 씨는 지난 2008년 태극기 200개를 마을주민에게 무료로 나눠준 데 이어 2009년 읍사무소 이장단과 진천읍 의용소방대, 지난해는 청소년 축제에 학생들을 대상으로 200개의 태극기를 무료로 나눠줬다.
올해도 읍사무소에 태극기 200개를 맡겨 출생신고를 하러 읍사무소를 찾은 사람들에게 무료로 나눠주게 했다. 현충일을 그저 휴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진 요즘 김 씨의 바람은 오직 한 가지.
6월 한 달 만큼은 나라를 생각하고 현충일에는 각 가정에 빠짐없이 태극기가 걸리는 것이다.
김 씨는 “현충일은 물론 국경일 때만큼은 집집이 태극기로 펄럭일 때까지 힘이 닿는 한 태극기 무료 나눠주기를 계속할 생각”이라며 “태극기 나눠주기가 전장에서 목숨을 바친 호국 영령들의 넋을 위로하고 그 가족들에게도 작은 위안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고형석 기자 kohs@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