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대전시청 대강당에서 열린 '대전도시철도 기본계획 변경 공청회'에 참석한 대덕구민이 계획안 수정을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다. 허만진 기자 hmj1985@cctoday.co.kr  
 
“대전에는 대덕구만 있습니까? 시민들의 의견을 듣는 공청회 자리가 마치 수백 명씩 사람을 동원해 선동하는 정치판으로 변해버렸네요. 대전시민으로서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대전 도시철도 2호선 계획을 담은 ‘대전도시철도 기본계획 변경(안) 공청회’가 대덕구 주민들의 거센 항의로 파행을 겪었다.

특히 공청회 참석을 위해 대덕구 주민 700~800여 명이 조직적으로 동원됐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지하철 건설을 정치 쟁점화 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대전시는 지난 3일 오후 시청 대강당에서 도시철도 2호선의 노선과 기종을 시민에게 설명하고, 지역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공청회를 열었다.

하지만 이날 공청회 좌석은 80% 이상 대덕구 주민이 차지하면서 구별 공평한 의견을 듣겠다는 공청회 취지를 무색케 했다.

대전시에 따르면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대덕구 주민 대부분은 ‘대덕발전구민위원회’를 비롯해 관내 11개 동에서 각각 60~70명 씩 버스를 타고 동원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행사시작 한 시간 전부터 공청회장을 메우기 시작했고 각자 ‘대덕구 홀대 대덕구민 폭발’ 등 항의성 피켓과 플래카드를 준비했다.

대덕발전구민위원회는 공청회장을 찾은 주민에게 ‘도시철도 2호선 대덕구 노선 연장’ 등의 선동성 유인물을 나눠주며 사전분위기를 주도하기도 했다.

심지어 동별 사무장과 동장, 대덕구청 직원 등 공무원 만 40~50여 명이 이날 공청회에 참석했다는 게 시와 여타 자치구 공무원들의 증언이다.

특히 동 주민센터에서 실시하는 ‘노인 일자리 사업’ 참여 주민까지 대거 공청회에 동원됐다는 의혹마저 제기돼 만약 사실로 드러날 경우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덕암동에서 왔다는 A(78) 씨는 “주민센터 직원 얘기를 듣고 60~70여 명이 함께 버스를 타고 왔다”며 “지하철이 집 근처로 오면 좋다는데 자세한 건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문진수 한국교통연구위원의 ‘대전도시철도 기본계획 변경안’ 연구용역 결과 발표로 시작된 공청회는 20여 분도 채 되지 않아 “이까짓 발표가 무슨 필요가 있느냐”는 대덕구 주민들의 막무가내 식 항의로 중단되기에 이르렀다.

이어 주민들은 준비한 피켓과 현수막을 흔들며 ‘대덕구! 지하철!’ 등의 구호를 외쳤고, 집단으로 고성을 지르는 등 물리력을 앞세워 공청회 진행을 제지했다.

결국 발표는 장내 소란으로 중단됐고, 곧바로 주민의견 수렴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가 이어졌으나 이마저도 10여 명의 대덕구 주민이 단상을 점거하면서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대덕구 주민들은 토론장 점거도 모자라 패널과 다른 지역 주민들에게 막말을 퍼붓는 등 시민의식이 실종된 모습으로 주위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자 대덕구를 제외한 다른 지역 참석 주민 대부분이 공청회장을 떠나면서 공청회는 파행으로 얼룩졌다.

동구에 사는 한 주민은 “나 역시 지하철이 지나지 않는 곳에 살지만 그래도 시에서 무슨 얘기를 하는지는 듣고 의견을 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수백 명씩 동원해 무조건 안 된다는 식의 발상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건지 한심하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

서희철 기자 seeker@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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