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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지역 민사전자소송 시행 첫 날인 2일 대전지방법원 304호법정에서 원고와 피고, 재판장 등이 대형스크린을 보며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정재훈기자 jprime@cctoday.co.kr | ||
“증거자료 띄워 보시죠. 모니터에 나온 신용카드 신청서에 찍힌 도장이 원고의 것이 맞습니까?”(재판장)
“아닙니다. 제 도장도 아니고 이름 영문표기 역시 다릅니다. 전 남편이 은행 다닐 때 제 동의 없이 신청했습니다.”(원고)
2일 오전 10시 30분, 대전 서구 둔산동 대전지법 304호 법정에서 민사 전자소송 첫 재판이 열렸다.
재판이 진행된 ‘표준전자법정’은 여느 법정과 달리 재판장과 피고, 원고석에 각각 노트북과 모니터가 설치됐고, 옆 벽면엔 대형 스크린, 대형 모니터가 방청석을 향해 있었다.
특히 종이가 사라진 전자소송이란 점에서 다른 법정에서 흔하게 눈에 띄는 수북한 서류더미 역시 찾아 볼 수 없었다.
당초 예상시간보다 10여분 늦게 시작한 이날 첫 전자재판은 A(45·여) 씨가 10여 년 전 이혼한 전 남편이 자신의 명의로 발급한 신용카드 사용금액을 낼 수 없다며 한국자산공사를 상대로 낸 ‘양수금 청구이의 소송’.
재판 시작과 동시에 대형 스크린과 원고·피고석의 모니터엔 원고가 제출한 소장이 한눈에 들어왔다.
새로운 재판 방식에 다소 어리둥절하던 원고와 피고 측은 재판장의 매끄러운 진행에 이내 적응을 했고, 모니터를 응시하며 거침없이 각자 주장을 펼쳐갔다.
사건 당사자가 아닌 방청객들 역시 대형화면에 시시각각 보이는 각종 서류와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증거자료를 보면서 금세 사건의 쟁점이 무엇인지를 파악할 수 있었다.
또 재판장은 원고와 피고 측이 제출한 증거목록을 보여주며 원고 측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추가 서류제출을 요구하기도 했다. 기존 서류를 뒤척이거나 제출 소장을 진술로 간주하며 단답식으로 사실만 확인을 하던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었고, 오히려 편안한 분위기 속에 대화를 하듯 재판이 진행됐다.
첫 전자소송을 마친 A 씨는 “사뭇 다른 재판방식에 처음엔 어색했지만 제출 증거나 소장을 직접 눈으로 보고 들으니 재판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어 진행된 두 번째 전자재판은 아버지 유산 상속인들이 우체국을 상대로 한 예금청구소송의 건이었으나 피고 측이 ‘소송수행지정서’를 전자문서로 제출하지 않아 불출석 처리 상태에서 원고 측 변론만 진행됐다.
대전지법 관계자는 “당시 소송수행자가 관련 서류를 들고 출석했지만 소송의 특성상 전자문서로 제출하지 않으면 인정되지 않는다”면서 “새로운 재판 방식에 다소 생소할 수 있으나 실질적인 구술변론이 가능해진 만큼 점차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