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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 충북도당은 2일 청주시청 기자실에서 불법 도축된 병든 쇠고기를 해장국 원료로 사용한 해장국집의 실 소유주 김 모 청주시의원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덕희 기자 withcrew@cctoday.co.kr |
불법도축된 쇠고기가 청주 유명 해장국집에 납품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파문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부인이 운영해 자신과 무관한 일”임을 주장하던 현직 청주시의원이 음식점 실질적 운영자로 알려져 도덕성 논란이 거세지는데다, 지역정치권이 해당 의원의 사퇴와 함께 소속 정당인 한나라당에도 비판을 가하면서 정치적 이슈로까지 번지고 있다. 이번 사건과 무관함은 물론 그간 양심껏 운영해온 음식점 체인점들의 매출이 60% 급감하는 등 예상치 못한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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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6·2지방선거에 사용했던 K 시의원 선거홍보물 약력. 맨 마지막에 ㄴ해장국집 본점운영이라고 적혀있다. 이덕희 기자 withcrew@cctoday.co.kr |
◆K 의원, ‘실질적 대표’ 논란
'청주ㄴ해장국'은 1943년 처음 문을 열어 3대째 운영되면서 지역 명물 음식점으로 자리잡았다. 본점 대표는 1996년 청주시의회 K 의원(한나라당)의 어머니 장모(82) 씨에서 부인 김모(52) 씨로 명의가 변경됐지만 실질적인 운영자가 K 의원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충청투데이가 확보한 지난해 6·2지방선거 당시 K 의원이 유권자들에게 배포한 자신의 선거홍보책자에 ‘청주ㄴ해장국 본점 운영’이라고 게재된 점이 이를 입증한다.
하지만 K 의원은 초지일관 궁색한 변명만 내놓고 있다. 그는 밀도살된 쇠고기를 납품해온 처남 김모(59) 씨와 쇠고기를 가공해 판매한 봉명점 업주인 처형(56)이 구속됐을 때 “본점과는 전혀 관련성이 없다”고 밝혔었다. 특히 본점 대표인 부인이 불구속기소됐을 때도 그는 “부인과 처남이 한 일로, 나는 전혀 몰랐다”고 해명했다.
파문이 커지자 K 의원은 사과문을 통해 “가족에게 믿고 (음식점을) 맡겼던 저의 판단착오였으며,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도의적 책임을 통감한다”며 “다른 체인점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연락이 끊긴 그는 전자메일을 통해 시의회 사무처에 사과문을 발송한 뒤 측근에게는 ‘잠잠해지면 돌아오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덕적 책임은 물론 자신의 친인척들로인해 피해를 보고 있는 체인점들에 대한 피해와 사태수습은 뒤로한 채 여론의 추이만을 보고있는 셈이다.
◆야당, 사퇴촉구… 한나라당에도 불똥
K 의원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본점도 불법도축된 쇠고기를 가공해 판매한 것으로 드러나자 야당은 총공세에 나섰다.
민주당 충북도당은 2일 청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본점 실질적 소유주가 한나라당 시의원이라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며 “부인이 수개월에 걸쳐 불법을 저질러왔는데도 몰랐다는 것은 무책임하다. 잘못을 시인하고 책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노동당 충북도당도 성명을 내 “세상에서 용서받지 못할 일이 먹을거리로 장난치는 것”이라며 “부인에게 잘못을 떠넘기고 의원직을 유지하려 한다면 청주시민의 분노가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나라당 충북도당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지난해 9월 윤경식 도당위원장 취임 후 한나라당은 K 의원을 도당 대변인으로 임명했다. ‘정당의 얼굴’ 역할을 하는 대변인이다 보니 당 이미지 추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달 30일 가족들이 구속돼 구설에 올랐던 K 의원을 ‘허위학력게재’ 사실이 드러난 강태재 전 충북문화재단 대표이사의 도덕성을 질타하는 기자회견에 참여시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윤경식 위원장은 “먹을거리가 가장 민감한 문제다 보니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며 “도당 차원에서 사후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체인점 매출 60% 감소… 피해속출
K 의원 가족이 운영하는 음식점에만 병든 쇠고기가 납품됐으나, 매출급감 등 피해는 상당수 체인점의 몫이 되고 있다.
검찰수사결과 병든 쇠고기 등이 납품된 곳은 ㄴ해장국 본점과 봉명점으로, 다른 체인점들은 안전성이 검증된 정육점 등에서 시중가에 사들여 운영해오고 있다. '청주ㄴ해장국' 분점들에 따르면 본점과 봉명점 등 K 의원 가족이 운영하는 곳을 제외한 대다수 체인점들은 본점에 월 100만 원을 지급하고 해장국 양념(소스)만을 납품받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체인점들은 하루 평균 매출이 3분의1 수준으로 줄어드는 등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다. 현수막 등을 통해 유통체계와 사건 관련성이 없다는 점을 알리려 해도 되레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걱정에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다.
한 분점 대표는 "같은 상호를 사용하는 분점 업주로서 이번 일에 대해 도민들께 죄송한 마음 뿐이다. 양심을 걸고 운영해온 분점들의 억울함과 답답함을 도민들이 알아줬으면 한다”고 밝힌 뒤, “본점 가족들이 나서서 도민 사과와 분점들의 피해 최소화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조용해질 때를 기다린다니 화가 치밀어 오른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행정처분 어떻게 되나
이 해장국 봉명점은 문제가 불거지자 지난달 26일 자진 폐업신고를 한 뒤 문을 닫았다. 반면 대표가 불구속 기소된 본점은 여전히 영업 중이다.
담당 구청은 수사관련 처분결과가 넘어오는 대로 행정처분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특히 현재까지 확인된 내용만 보더라도 '영업장 폐쇄' 처분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관계공무원의 설명이다.
하지만 '영업장 폐쇄' 처분이 내려져도 사업자등록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는 남아 있다. 사실상 '영업장 폐쇄'는 문제가 된 현 영업장에만 국한돼 있기 때문에 상호를 그대로 유지한 채 다른 곳에서 영업행위를 이어가더라도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전창해·하성진·이정현 기자 widesea@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