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재 대표이사가 자진사퇴하면서 충북문화재단 파문은 일단락됐지만, 충북도 등에 큰 상처를 남겼다.
지난달 2일 충북도의 충북문화재단 강태재 대표이사 내정 발표 이후 정치성향 조사 문건 유출, 인사권자인 이시종 지사의 사과, 강 대표의 허위학력 논란으로 이어졌다.
허위학력 논란이 제기되면서 여론이 극도로 악화됐지만, 이 지사는 강 대표를 옹호하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여러 파문에도 불구 강행 드라이브를 걸었던 이 지사로서는 강 대표의 낙마라는 오점을 떠안게 됐다. 이번 문화재단 파문은 민선 5기 출범 후 인물검증 과정을 거치지 않고 지방선거 관련 보은인사를 단행한 산물이라는 지적도 있다.
충북도의 허술한 인사검증 시스템도 도마위에 올랐다. 도는 공모절차 없이 충북문화재단 대표이사로 강 씨를 임명했다. 인물에 대한 검증과정이 생략되면서 도는 내정발표 20여 일 만에 강 대표의 이력서를 받았다. 이 지사의 의지에 따라 인물을 선정했더라도 통상적인 인사검증절차를 밟지 않음으로써 도는 행정 신뢰도를 스스로 떨어뜨리는 우를 범했다.
허위학력 파문이 확산일로에 있는 시점에도 이 지사가 강 대표에 신뢰를 보내면서 올바른 판단을 도와야 할 참모진 부재론도 나왔다. 이 지사가 강 대표의 사퇴 여론에도 불구 의지를 꺾지 않은 것은 지역여론이 이 지사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참모진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데 따른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처럼 문화재단 파문으로 이 지사와 충북도가 상처를 받았지만, 시민단체와의 새로운 관계 정립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시민단체의 대표격인 강 씨의 충북문화재단 대표 임명은 일종의 시민단체 몫이라는 시각이 있었다. 강 대표가 허위학력 기재라는 도덕성 문제로 낙마하면서 시민단체도 도덕성에 상처를 입게 됐다. 시민단체 활동이 이번 사태로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도청 내부에서는 이번 기회에 시민단체와 일정한 거리를 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시민단체가 도정에 지나치게 간섭하는 것 아니냐는 부정적 시각이 있었던 터라 이번 사태는 도가 시민단체와 일정한 거리를 둘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줄 수 있다는 것. 이 지사도 시민단체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허위학력 파문이 확산되면서 시민단체는 침묵으로 일관해 비난을 자초했다. 지역의 주요 이슈 때마다 도덕성을 강조하면서 목소리를 높였던 시민단체가 성명 하나 발표하지 않았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시민단체의 자성과 변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밖에 이번 사태는 충북도의 인사검증시스템 구축과 실추된 도정신뢰도 회복 과제를 남겼다. 선출직 자치단체장이 선거 후 보은인사를 단행하면서 인물에 대한 적격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충북도 역시 민선 5기 출범 이후 보은인사에 대한 잡음이 이어졌고, 그때마다 인사검증시스템 부재가 제기됐다. 보은인사에 따른 잡음을 없애기 위한 충북도의 인사검증시스템 구축이 시급해졌다.
이 지사가 선택한 인물이 재단 출범 초기에 낙마하면서 실추된 도정 신뢰도 회복 노력도 병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표 사퇴로 충북문화재단 운영이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도 있다. 대표이사가 도덕성 문제로 낙마함에 따라 적격인물을 신중히 물색해야 하는 만큼 차기 대표이사 선임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이사진을 다시 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재단의 정상 운영을 위해 이 지사가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엄경철 기자 eomkc@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