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의 대표적인 사회운동가 강태재 씨가 ‘허위학력’을 게재해 취업한 사실이 밝혀져 도덕성 논란이 일면서 그동안 도내 시민단체 임원들의 일탈행위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그 동안 지역의 소소한 현안에서부터 사회적 이슈가 터질 때마다 청렴성 및 윤리의식을 강조하며 비난의 화살을 쏟아부었던 시민단체들이 강 씨의 ‘허위학력’ 파문에 대해선 침묵하고 있어 ‘제 허물은 감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음주·성추행에 이어 허위학력까지
여론을 주도하고 부정부패 감시와 공직사회의 엄격한 윤리의식을 강조하고 있는 충북지역 시민단체의 일탈행위 중 대표적인 ‘사건’은 음주교통사고와 성추행 등 두가지가 꼽힌다. A 시민단체 사무처장 B 씨는 2007년 10월 15일 오후 10시 경 청주시 상당구 용암동 청운중학교 인근 삼거리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레간자 승용차를 들이받았다.
경찰조사 결과 B 씨는 운전면허취소에 해당하는 혈중알코올농도 0.105%의 만취 상태에서 운전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B 씨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사법처리됐다.
2009년 6월에는 C 시민단체 간부 D 씨가 아버지를 간병하던 20대 여성을 강제 추행한 혐의로 검거돼 물의를 빚었다. 경찰에 따르면 D 씨는 이달 10일 오전 0시 25분 경 청주시내 한 종합병원 병실에서 함께 입원해 있던 환자의 딸(29)을 강제 추행한 혐의로 입건됐다.
피해 여성은 경찰에서 "아버지 옆에서 잠을 자다 이상한 느낌이 들어 깨보니 D 씨가 내 몸을 더듬고 있었다"면서 "병실 밖으로 뛰쳐나가 112에 신고를 했는데 D 씨가 쫓아와 '실수였다'며 사과를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D 씨는 “잠에서 깨어 보니 여성의 옷매무새도 좋지 않고 이불도 내려가 있어 단지 이불을 덮어주려 했을 뿐인데 오해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D 씨는 이후 피해여성과 합의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두 얼굴의 시민단체’
2007년 ‘민선 4기’ 정우택 지사 때 도내 9개 시민단체는 개방형 직제의 김양희 전 복지여성국장(현 한나라당 충북도의원) 박사학위 논문표절 의혹을 제기했고, '충북도 복지여성국장 임명철회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 낙마시킨 바 있다. 최근 허위학력게재 논란의 중심에 있는 강태재 씨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당시 김 전 국장의 박사학위 논문에 대한 검증을 거친 고려대는 표절이 아닌 것으로 결론을 내려 도에 통보했다. 하지만 시민단체의 김 전 국장에 대한 사퇴촉구는 계속됐다.
2009년에도 오선준 도립예술단(체임버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불가리아 소피아국립음악원의 지휘전공 석사학위에 대한 진위 논란이 불거졌을 때 지역 시민단체는 똘똘뭉쳐 임명철회를 촉구했다.
반면 지역의 대표 시민단체 간부의 음주교통사고, 성추행사건이 터졌을 때 도내 시민단체는 ‘꿀 먹은 벙어리’인양 목소리조차 내지 않고 숨을 죽였다. 엄정한 도덕성을 갖고 성역없는 비판을 해야할 시민단체가 남의 흠은 들추면서 스스로의 허물에 대해선 관대하거나 감추는 행태로 인해 신뢰가 상실해 가고 있다. 성추행사건 때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관계자는 "시민단체 모두가 침통한 분위기로, 사실이 아니길 바랄 뿐"이라며 비판은커녕 되레 감싸고 돌았다. 최근 강태재 씨의 허위학력 파문이 커지는데도 도내 시민단체들은 주민여론을 철저히 무시한채 이해관계에 얽혀 침묵하고 있다. 자신들의 허물에 대해선 비판은 커녕 자성도 없이 어물쩍 넘어가면서, 타인의 허물은 가혹할만큼 신랄하게 비판을 퍼붓는 이중적 잣대라는 지적이 나올수 밖에 없다.
충북도청 한 간부직원은 “음주운전, 성추행에 이어 허위학력게재라는 사실상의 ‘사문서위조’를 저질렀는데 숨죽이고 있는 것은 시민단체에도 성역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라며 “허울뿐인 시민단체에 대한 신뢰는 더이상 가질 수 없다”고 비판했다.
충북대 사회학과 한 학생은 “다른 이들의 흠결은 가혹할만큼 비판하고 헐뜯으면서 정작 자신들의 부도덕성에 대해선 침묵으로 일관하는 게 지금 충북 시민단체의 현실”이라며 “이해관계에 얽힌 정파성향만 보일 뿐 진정성은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하성진 기자 seongjin98@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