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조 원의 빚더미에 허덕이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충북 청원군 오송외국인투자지역 해제 문제를 둘러싸고 또다시 암초에 걸렸다. 게다가 수년째 끌어온 청주동남지구 보상문제를 두고 사업 축소방침을 내리면서 주민과의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최근 LH는 충청권 부동산 경기가 꿈틀대면서 택지개발지구 내 상업용지 판매의 선전과 공공주택 분양 등 유동성 위기 해소를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이 같은 문제가 새롭게 복병으로 작용하면서 LH의 발목을 잡고 있다.
◆오송외투지역 지구지정해제 불가피
정부가 충북 청원군 오송 외국인투자지역(30만 1759㎡)에 첨단의료복합단지(113만 1000㎡)를 중복으로 지정해 투자 의향을 보이던 외국 제조업체 입주가 어려워졌다는 감사결과가 최근 발표되면서 충북도와 지식경제부는 외투지역 지구지정 해제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지경부와 국토해양부, 복지부, 충북도에 문제점 해결 방안을 조속히 마련할 것을 주문했고, 도는 지경부에 지정 해제 심의를 요청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도는 자금사정이 어려운 LH와 협의해 납부한 대금(293억 원)을 돌려받거나 토지로 대신하는 방법을 검토 중이다. 외투지역은 '외국인투자 촉진법' 등에 따라 제조업 공장부지 위주로 운영되고 있는 반면, '첨복단지 지정·지원 특별법'은 의료 연구·개발(R&D)기관만 단지 내 입주를 허용하고 있어 부지 매입에만 총 451억여 원이 소요되는 오송 외투지역엔 지난해 12월 현재 외국인투자 입주실적이 전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정이 이렇게 되면서 LH는 현재로선 매매계약에 따라 잔금(158억 원)을 받고 절차대로 진행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LH 충북본부 관계자는 “계약이라는 것은 상호 협의로 하는 것이지 일방적으로 해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현재까지 아무런 결정사항이 없기 때문에 계약 절차에 따라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청주동남지구 사업면적 축소…주민들 “날벼락”
LH가 서민주택 보급을 위해 지난 2005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청주동남지구 택지개발 조성사업’이 각종 주민 마찰과 땅 투기 만연으로 난항을 겪더니 결국 일부 주민 보상지역을 남겨둔 채 사업면적 10% 정도 축소방침을 내렸다.
LH 충북본부는 지난달 말경 충북도에 보상기준 206만 4000㎡인 동남지구 사업면적을 187만 9000㎡로 18만 5000㎡(8.96%) 축소하는 사업계획변경 승인을 요청했다. 사업축소 예상지역은 지난 2009년부터 주민들이 실질적인 보상을 요구하며 농성을 하는 등 LH와 보상문제를 둘러싸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던 운동동 일대 60~70세대이다.
특히 이 지역은 보상을 받지 못한 원주민이 100여 명인데 반해 시세 차익을 노린 부동산 투기꾼은 700여 명이 몰려들어 이들 대부분이 거액의 보상금을 챙겨 마을을 떠난 곳이다. 최근 주민들은 사업의 지지부진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LH와 도를 잇달아 방문했다가 사업축소 방침을 전해듣고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양대현(63) 주민대책위원장은 “LH가 택지개발이 추진된 2005년 공시지가를 적용하다 보니 주변에서 가장 저렴한 땅이 돼버렸다”며 “그런데 LH가 일방적으로 우리 마을을 사업에서 제외한다고하니 수년 동안 재산권행사를 못 한 주민들은 마른하늘의 날벼락과 같은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도는 일단 쉽게 해결될 사항이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주민들의 통일된 의견을 수렴한 뒤 LH와의 협의 등 충분한 검토를 통해 합의점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LH 충북본부 관계자는 “그동안 내부적으로 사업지구 축소는 거의 없었던 상황”이라며 “자금난이 가장 큰 이유로 현재 사업이 중단돼 있고 주민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상태이다. 사업축소 확정이 결정되면 추가적인 부분들은 시간을 두고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한진 기자 adhj79@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