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은 외롭고 쓸쓸하다. 마음은 청춘이지만, 이성 교제에서 만큼은 젊은이들처럼 자유롭게 교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주위의 따가운 눈총과 가족의 반대로 홀로된 노인들은 아무 말도 못 한채 고개를 숙이고 있다.

지난 27일 오후 2시 청주의 한 웨딩홀에서는 홀로 남은 할아버지와 할머니 50명이 집단으로 짜릿한 미팅을 즐겼다.

홀로 사는 노인들의 외로움을 덜어주고 마음에 드는 상대와 연결해주는 ‘황혼 미팅’.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지부가 보건복지부의 지원을 받아 60세 이상 홀로된 노인을 위해 진행되는 단체 미팅(?)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서 출발했다. 처음에는 서먹하던 분위기가 서서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소곤소곤 귀엣말을 나누는 커플이 있는가 하면 연방 상대방의 팔을 어루만지며 소통하는 대담한 쌍도 있었다. 할머니들은 더는 할머니가 아니었다.

귀고리와 예쁜 머리핀으로 치장하고 정성 들여 화장한 ‘젊은 언니’들이었다. 의상에도 무척이나 신경 쓴 듯 상큼한 원색의 색상이 돋보였다. 손톱과 발톱에 매니큐어를 칠하고 나온 멋쟁이 할머니도 눈에 띄었다.

할아버지들도 한껏 멋을 냈다. 말쑥한 양복 차림에 머리 염색은 기본. 한 할아버지는 “오늘 미팅 나온다고 며느리가 사줬는데 어때 멋있지”라며 분홍 계통의 화려한 넥타이를 자랑했다.

홀로 사는 노인의 가장 큰 고통은 외로움이다. 홀로 사는 노인들은 함께 사는 노인 부부에 비해 우울증과 불면증이 심하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올해 초 노인수발보험제도 1차 시범시행 지역 거주 노인 5000여 명을 조사한 결과 독신 노인(남성)의 12.9%가 우울증을, 11.2%가 불면증상을 보였다. 반면, 자녀 동거 노인은 각각 6.2%와 4.7%에 그쳤다. 노년의 만남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확산 될 필요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실제 지난해 인구협회 노인 성 상담실에 접수된 노인의 성 고민 사례 중 이성 교제 욕구가 전체 상담의 11.7%를 나타낼 만큼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그동안 노년의 이성 교제가 자녀와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 소극적이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노년의 만남에 긍정적인 인식변화가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인구보건복지협회 관계자는 “노년의 이성 교제가 노후의 삶의 질을 대변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고령화 사회를 맞아 마음에 드는 이성과의 교류를 통해 건강증진을 할 수 있고 우울증 해소에도 효과적”이라며 “사회적으로도 노년의 이성 교제에 대해 지지해주고 우호적으로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형석 기자 koh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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