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는 엄청나게 추워졌는데 시내버스는 언제 올지 모르겠고, 대중교통 이용해 에너지 절약하자고 말만 하면 뭘해, 불편이 이만저만 한게 아닌데. 버스 줄이면 우리처럼 돈없고 힘없는 늙은이들만 고생이지.”

매서운 추위가 몰아치던 지난달 31일 청주시내 한 승강장에서 시내버스를 기다리던 김 모(69) 할머니가 불만을 토로했다.

김 할머니는 학생들이 겨울방학에 들어가 이날부터 일부 버스를 줄이게 됐다는 소리를 듣고 분개하며 청주시 등 교통관련 당국에 비난의 화살을 퍼부었다.

또 이 모(72) 할아버지는 기다리던 버스가 오지 않자 “청주시는 도대체 어떻게 된 거여. 예산 많이 땄다고 온통 생색은 다 내면서 서민들의 발인 버스는 줄여놓고. 버스업체 힘들다고 버스 줄이면 누가 버스를 타겠어. 이는 악순환만 조장하는 짓이야. 불편하니까 시민들이 버스를 안 타게 되고, 그렇게 되면 손님은 더욱 줄어들지 않겠어. 한 달에 한 번 전 시청 공무원들이 대중교통 이용하자면서 버스를 탄다느니, 캠페인을 벌인다느니 하는데 이거 말짱 허튼 짓이야. 그렇게 한다고 대중교통 활성화가 되겠어. 편리해 봐 누가 기름 값 많이 드는 자가용 끌고 다녀 버스 타고 다니지.”

전직 공무원이었다는 이 할아버지는 “요즘 공무원들 자가용 안 타고 다니는 사람 거의 없을꺼야. 그러니 서민들, 특히 우리같은 노약자들의 불편을 알기나 하는지 모르겠어. 살맛나는 청주만든다고 말로만 하지말고 시민들의 가려운 곳이 어딘지 알아야 될 꺼야. 시내버스는 서민들의 발이야. 그렇다면 업체에 좀 더 지원을 해서라도 서민들의 불편을 줄여줘야 할 것 아니겠어. 그래야 대중교통도 손님이 늘어나서 살아나게 될 테니. 정말 청주시 버스행정은 죽은 것 같어.”

학원에 가는 길이라는 최 모(17·C고 2년) 군도 “학생들이 방학에 들어가 승객이 줄어들기 때문에 버스를 감차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방학하면 학생들이 집에만 틀어박혀 있겠느냐”고 항의했다.

그는 “방학하면 아침 저녁 통학시간대에 일시적으로 몰리는 현상은 줄겠지만 학원 가고, 보충수업 받으러 가는 등 하루 전체를 보면 버스타는 사람은 거의 같을 것”이라며 “날씨는 추워졌는데 버스 안 탈 수 없어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다”라고 푸념했다.

청주시의 시내버스 불편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갈수록 시민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정시성이 확보 안됐다’, ‘환승체계 및 노선이 불합리하다’는 등의 지적부터 운전사의 불친절, 난폭운행 등 관련 민원이 끊이질 않고 있다. 게다가 이번처럼 추운 겨울에 방학을 빌미로 감차운행에 들어가자 불만이 폭발하고 있는 것이다.

한 교통전문가는 “일부 대도시의 버스준공영제에 대해 시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버스는 서민의 발’이라는 생각을 먼저 하고 있다”면서 “그 결과 대도시들은 편리한 대중교통체계를 갖추게 되고 승객들이 늘어나 대중교통이 활성화 되고 있는데 청주시의 대중교통행정은 아직 멀었다”고 꼬집었다.

청주시 관계자는 “시내버스 관련 민원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마땅한 해결책을 찾지 못해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최인석 기자 cisk@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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