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이어지던 채소값 고공행진의 날개가 꺾이면서 소비자들의 부담이 줄고 있다.
이에 반해 농민들과 도매시장 상인들은 채소값 하락이 소득 감소로 이어져 한숨짓고 있는 상황이다.
26일 대전지역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달들어 배추 1포기 가격은 1921원으로 전월대비 52.7% 급락했고, 대파 1단은 전월보다 25.4% 떨어진 1217원에 거래됐다. 또 깐마늘 300g은 전월보다 17.2% 저렴해진 3144원에, 양파 1.5㎏은 11.2% 낮아진 2310원 등에 판매되고 있다.
지난해 5월과 비교할 때 배추가격은 62.8% 폭락했고, 대파는 35.8%, 무, 양파, 청양고추, 시금치는 20% 초반대의 가격 하락률을 보였다.
한국물가협회는 배추가격의 하락과 관련해 배추 출하지역이 전국으로 확산됨에 따라 공급물량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채소들 역시 양호한 기상여건으로 출하량이 늘면서 품목별 반입량에 따른 가격 등락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채소가격 하락에 소비자들은 반찬걱정을 덜게 됐다는 반가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주부 김모(32·서구) 씨는 “지난해부터 올 초까지 양파, 대파 등의 가격이 워낙 비싸 찌개나 볶음 요리 준비에도 부담이 있던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최근 장을 보면 채소값이 많이 내린 것을 체감하게 돼 여유있게 반찬준비를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반면 농민들과 도매시장 중도매인 등 채소류 상인들은 채소가격 하락이 소득감소로 이어져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지역의 한 농민은 “배추는 물론이고 양파, 마늘, 고추 등의 가격이 지난해와 비교할 때 반토막나면서 소득 역시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라며 “경매시장에 내놓더라도 제 값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 밭을 갈아 엎어버릴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하소연했다.
도매시장 관계자들 역시 경매가격을 제대로 쳐주지 않는다는 농민들의 빗발치는 항의에 진땀을 빼고 있다.
오정동농수산물시장 관계자는 “지난해 호황을 누렸던 상품들의 가격이 크게 낮아지면서 농민들의 불만과 부담이 높아지고 있어 도매시장 법인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특히 경매가 하락으로 인해 도매시장 법인들의 매출도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한성 기자 hansoung@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