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형편이 어려워 30여 년 전 가족과 헤어진 40대 남성이 경찰의 도움으로 가족과 극적인 상봉을 이룬 소식이 알려져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특히 지적장애를 앓아온 이 남성은 20년 전 장기 미귀가자로 사망신고까지 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극적인 가족 상봉의 주인공은 경북 성주가 고향인 정 모(49) 씨로 정 씨 가족은 1977년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당시 15살의 정 씨(장남)를 지인 집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다른 집에 보내진 정 씨는 가족들의 바람과 달리 얼마 지나지 않아 시련을 맞았다.
정 씨 가족의 지인은 일하다 다리를 다쳐 거동이 불편해진 정 씨를 버스를 태워 돌려보냈다는 것.
이때가 바로 정 씨와 그 가족이 생이별한 순간이다. 버스를 탔다는 정 씨는 아무런 연락도 없이 사라졌고 가족의 기억 속에서 점점 사라져갔다.
20년이 넘도록 연락이 닿지 않자 정 씨 가족들은 어쩔 수 없이 1991년 2월 동사무소에 사망신고를 냈고 애틋한 장남의 기억을 가슴 속에 묻어야만 했다.
그러나 34년이 흐른 지난 4월 9일 기적과도 같이 정 씨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주취자가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의사소통이 어려운 한 40대 남성의 지문을 채취, 신원을 확인한 결과 20년 전 사망신고가 됐던 정 씨임을 확인했다.
일단 정 씨를 보호시설에 인계한 경찰은 이때부터 정 씨의 제적등본 등을 토대로 연고지 확인에 나섰고, 한 달에 걸친 끈질긴 추적 끝에 그의 어머니(74)와 가족이 대구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대구지역 경찰과 동사무소의 협조를 얻어 가족과 연락을 취한 경찰은 34년 전 실종된 아들이 정 씨임을 최종 확인했다. 또 우연치 않게 정 씨의 생사가 확인된 지난 20일은 부친의 제삿날로 의미가 남달랐다.
경찰은 지적장애로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어려운 정 씨가 실종 이후 전국을 떠돌며 노숙 등 부랑생활을 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정 씨는 대덕구 모 보호시설에 머물며 조만간 있을 가족 상봉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정 씨의 막내 동생의 부인인 서 모(39) 씨는 “돌아가신 줄로만 알던 큰 아주버님이 살아있다는 소식을 듣고 처음에는 믿어지지 않았다”며 “이 소식을 들은 어머님 역시 기뻐하면서도 아픈 과거 기억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계신다”고 말했다.
정 씨 가족을 찾아준 대덕경찰서 박현우 경사는 “사망신고까지 된 정 씨가 살아 있다는 사실에 무척 놀랐지만 오랜 기간 슬퍼했을 가족 생각에 집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