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이 시작되면서 청주·청원통합이 충북지역의 최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청주와 청원은 동일한 생활권과 역사를 가지고 있고, 전국에서 유일하게 청원군이 청주시를 둘러싸고 있는 일명 ‘계란후라이’ 형태의 자치단체다.

이미 지난 1994년과 2005년 두 차례의 통합시도가 있었지만 모두 실패한 바 있다. 청주시는 올해가 청주·청원 통합의 절호의 기회라고 보고 있다. 실제 남상우 청주시장은 오는 9월 2일을 청주·청원 통합 투표의 D-day로 공언했다. 하지만 청원군은 올해를 청원시 승격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나서 양 자치단체는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며 동상이몽을 꿈꾸고 있다.

지난해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청원군민의 통합 찬성 의견은 어느 때보다 높다. 이는 통합의 청신호로 받아 들여지지만 현행법상 청원군의 동의 없이는 통합을 위한 투표조차 실시할 수 없는 상황이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청주·청원 통합의 역사와 양 자치단체의 움직임, 그리고 통합에 관해 전망해 본다.


◆청주·청원 통합의 역사

청주는 백제시대에 상당현이라 칭했고 고려 태조 23년에 청주로 지명을 개칭했다. 지난 1908년 관찰사가 충주에서 청주로 이전했으며, 1946년 청주와 청원이 분리된 후 1949년 청주는 시로 승격했다.

지난 1994년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도농통합 행정구역 개편을 단행했지만 청원군민들의 반대로 통합에 실패했다.

잠잠하던 통합 논의가 재차 불거진 것은 1997년 시민단체인 청주시민회가 연중사업으로 청주·청원 통합문제를 채택하고 청주시의회가 시·군통합 재추진을 거론하면서 부터다.

이후 청주·청원 통합을 선거공약으로 들고 나온 한대수 전 청주시장이 취임하면서 통합 논의는 급물살을 타게 된다. 당시 오효진 청원군수는 처음에는 통합 반대 입장이었지만 찬성 입장으로 선회해 주민투표를 이끌어 내게 된다.

하지만 지난 2005년 9월 29일 치러진 주민투표에서 청주시는 전체 유권자 44만 5182명 가운데 15만 8072명(35.51%)이 참여했고, 청원군은 9만 2492명 가운데 3만 9054명(42.2%)이 투표했다.

청주시는 유효투표수 가운데 90.97%인 14만 3094명이 통합에 찬성하고 8.67%인 1만 3699명이 반대한 반면 청원군은 유효투표수 가운데 46.48%인 1만 8022명이 찬성했으나 53.52%인 2만752명이 반대해 다시 한 번 청주·청원 통합은 고배를 마시게 된다.

◆청주시의 통합 행보

청주시는 지난해 11월 통합추진 전담 TF팀을 구성했다. 6급 1명과 7급 3명으로 구성된 이 팀은 통합 확정시까지 청주·청원 통합을 총괄해서 추진하게 된다.

이외에도 청주시는 청주·청원 공동발전을 위한 워크숍을 개최하고, 통합 추진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였으며, 올해는 더욱 강력한 통합 드라이브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청주시의 통합 추진 움직임도 한계성을 가지고 있다. 현행법상 통합 시도를 위한 주민투표를 위해서는 양 자치단체의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청주시가 통합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수록 청원군의 반발은 더욱 거세진다.

실제 지난해 말 청주시가 통합 여론 조성을 위해 통합 이후의 청사진을 발표했지만 버스단일요금제와 농업관련 예산을 놓고 청원군과 공방을 벌인 바 있고, 통합추진 TF팀이 청원군 지역에서 통합과 관련한 홍보활동을 벌이다 청원군의 반발을 사 남상우 청주시장이 이를 중단하라고 지시한 적도 있다.

이에 청주시는 시민단체를 통한 민간 차원의 통합 움직임에 기대를 걸고 있다. 빠르면 이달 안 청주시와 청원군 지역에 각각 통합추진 민간위원회가 구성되고 공동위원회도 구성될 예정이다.

청주시는 이러한 민간위원회에 통합의 당위성 및 통합 후 주민들에게 돌아갈 혜택 등을 제공해 홍보활동을 측면지원하는 전략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청원군 시 승격 행보

청원군은 올해를 독자 시 승격의 원년으로 삼고 있다. 김재욱 청원군수는 지난해 12월 말 2009년 시정연설을 통해 “지역개발 가속화와 인구급증으로 폭주하는 군민욕구와 행정수요를 해결하는 방법은 청원시 승격 밖에 없다”며 “시에 적합한 자체도시계획 수립으로 생활권역별 균형개발을 도모하고 시청사와 경찰서, 소방서, 교육청 등이 들어서는 행정타운 조성으로 지역경쟁력을 제고시키겠다”고 밝혔다.

청원군은 올해 인구 15만 명을 돌파해 시 승격 요청이 갖춰지면 법률이 정하는 행정절차를 밟아 오는 10월 1일 개청식을 가질 예정이다.

하지만 청원군의 이 같은 행보는 지난해 9월 자체 시 승격을 위한 주민 알권리를 충족시킨다는 명분으로 2회에 걸쳐 선거구민 144명에게 교통편의, 숙박, 음식물 등을 제공한 혐의로 김재욱 군수가 충북 선관위에 고발당하면서 난관에 빠졌다.

김 군수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검찰에서는 기소의견으로 경찰에 송치 지휘를 내렸고, 경찰은 이르면 다음주 중 김 군수를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이 같은 김 군수의 선거법 위반 논란은 향후 청원군의 시 승격 활동을 직간접적으로 움추러 들게 할 수 있다.

또한 각 언론사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최근 청원군민의 통합 찬성여론이 70%를 넘는 것도 청원군에는 정치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해 청원군의회에서 시 승격과 관련한 군민 여론조사 예산의 추경 반영 여부를 타진했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청원군은 시 승격 요건을 갖춘 후 자체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것도 늦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청원군의회 모 의원은 통합에는 반대라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시 승격 요건을 갖춘 후 이뤄진 자체 여론조사에서도 통합 찬성의견이 과반수를 넘는다면 시 승격을 위해 행정력을 낭비한 군수, 의원 등 관련자들은 정치적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망

남상우 청주시장은 올해 9월 2일을 청주·청원 통합 투표일로, 또한 내년 3월 통합시 출범 등 구체적인 통합 로드맵을 내놓았지만 통합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현행법상 양 자치단체의 합의 없이는 통합 투표 자체가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행정안전부 장관이 통합 투표를 명할 수 있도록 돼 있지만 이 또한 실무편람에 양 자치단체의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되어 있다.

충북도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2005년 투표 당시에도 이원종 전 충북지사는 암묵적인 반대의사를 표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현재 청주시의 인구는 64만 명을 넘었고, 청원군은 15만 명을 눈앞에 두고 있다. 2007년 말 기준 충북도 인구 151만 명을 감안할 때 청주시와 청원군이 통합하면 인구 및 예산에서 충북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거대 자치단체가 탄생한다. 충북도 입장에서는 드러내놓고 반대할 순 없지만 쉽사리 인정하기 힘든 상황이다.

여러 어려움을 딛고 주민투표까지 가더라도 난관이 예상된다. 통합과 관련해 청원군 지역의 찬성론자는 소극적 찬성, 반대론자는 적극적 반대를 하고 있다. 평일에 치러지는 투표의 특성상 반대론자들이 적극적인 투표에 나서면 민의가 왜곡되는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지난 2005년 충북도가 도민의 여론을 수렴하기 위해 각 시·군 주민 3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통합찬성이 64.9%, 반대가 16.5%가 나왔지만 개표결과는 청원군 지역에서 53.52%의 반대로 통합에 실패했다.

하지만 이 같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청원군민의 통합 찬성 여론이 계속 상승세에 있는 점은 통합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게 한다.

지난해 10월 CJB(청주방송)가 청원군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통합 찬성은 67.7%, 반대는 30.1%로 나타나, 지난 2007년 실시한 여론조사 시 나타난 찬성 61.4%, 반대 29.5%와 비교해 찬성이 증가추세로 나타났다.

이어 지난해 11월 KBS 청주방송총국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청원군 응답자 중 찬성 76.6%, 반대 19.3%로 나타났다.

청주시는 이 같이 여론조사에서 청원군민의 통합 찬성 의견이 계속 우세하게 나타난다면 김재욱 군수도 정치적인 결단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지난 2005년 통합에 반대했던 청원군민 중 통합 찬성의견으로 돌아선 주민이 많다는 것도 희망적이다.

남기헌(충청대학 행정학부) 교수는 “청원군이 시 승격을 들고 나오면서 청원군 남부지역 주민들이 반발해 청원군민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며 “이러한 반발이 청주·청원 통합의 목소리를 높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또 남 교수는 “지난 2005년에는 청원군 찬성론자들이 반대론자에 밀려 통합 운동을 펼치기 어려웠다”며 “이번에는 청원군에서도 자발적인 통합 찬성 운동이 활발히 벌어지고 있는 만큼 공정한 투표가 치러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형식 기자 letsgoh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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