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친박(친박근혜)과 소장파인 신주류가 대학등록금 반값 인하 추진과 일자리 창출 지원 등 친서민 정책 시행을 가속하고 있다.
그러나 구주류인 친이(친이명박) 측이 ‘정체성’ 문제를 거론하고 나서 이견이 노출되는 등 신-구주류 간 대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나라당은 23일 황우여 원내대표가 이미 내놓은 반값 등록금 계획에 이어 일자리 창출 지원, 복지사각지대 해소, 보육 및 기초노령연금 등에 대한 정책을 잇따라 내놓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주류 측은 친서민 정책을 위해 한나라당은 서민예산 10조 원 확보 추가 차원에서 감세철회를 비롯해 경제성장에 따른 세수 확대분, 세계 잉여금, 도로·인프라 축소를 비롯한 세출 구조조정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한다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신주류의 정책 노선 변경 움직임은 내년 총선에서 강력한 친서민 정책을 위한 드라이브가 없을 경우 공멸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출발하고 있다.
한나라당 한 소장파 의원은 이날 “한나라당이 살기 위해선 현재까지 논의되지 않았던 친서민정책의 실현을 통해 현재의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며 “특히 젊은층을 잡기기 위해선 반값 등록금 문제 등을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신주류 측의 입장과는 달리 구주류 측은 당의 정체성을 제기하며, 신주류 측의 친서민 행보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실제로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0일 신주류와의 청와대 회동에서 “고장난 시계는 하루 두 번은 시간을 맞추는데 틀린 시계는 아예 한 번도 못 맞춘다. 정책을 바꾸기보다 꾸준히 중심을 잡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신주류 측의 정책 변경 움직임을 비난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 같은 구주류의 입장은 젊은 유권자들을 흡수하기 위해 정책 노선을 변경할 경우 당의 정체성 마저 흔들릴 수 있어 오히려 보수층이 외면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쇄신모임 소속인 정태근 의원은 이날 “한나라당의 정체성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굳건히 하면서 경제사회적 불평등 구조와 양극화 심화를 해소하는 것”이라며 “한나라당의 정체성은 당 정강에 나와 있다. 그 정강을 만든 사람들이 지금 청와대 핵심으로 일했거나 일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말해 정책 노선 변경 입장을 강조했다.
이처럼 당의 정체성 논란이 야기되면서 오는 7월 4일 치러질 전당대회에선 정책 변경을 놓고 신-구주류 간 치열한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편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기자간담회에서 "대학등록금을 최소한 반값으로 (인하)했으면 한다"며 "앞으로 학생, 학부모, 대학 등을 만나 등록금 부담을 대폭 낮출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권 핵심관계자도 "최근 여권이 이명박 정부의 대선 공약인 '반값 등록금'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며 "6월 국회에서 이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에 따르면 한나라당은 국가 장학제도를 비롯한 정부 재정지원을 통해 중위 소득자(소득구간 하위 50%) 자녀까지 소득구간별로 대학등록금을 대폭 완화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기초생활수급자 자녀의 경우 1인당 연 500만 원 지원되는 장학금 규모를 확대, '무상'까지는 아니더라도 대학등록금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준까지 재정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서울=방종훈 기자 bangjh@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