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박모(30) 씨는 최근 사랑니를 뽑기 위해 동네 치과를 찾았다가 낭패를 봤다.

청주지역 한 치과에서는 “사랑니 발치 수술을 담당하는 의사가 없어 대학병원이나 대형 치과병원으로 가야 한다”며 박 씨를 돌려보냈다. 할 수 없이 박 씨는 인근 대형병원을 찾았지만, “사랑니 발치 시술 예약이 오는 10월까지 밀려 있다”는 말을 듣고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충북 도내 일부 동네 치과의원들이 사랑니 발치를 거부하는 일이 비일비재 해지고 있다.

동네 치과의원들은 사랑니 발치의 높은 위험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의료수가는 낮다는 이유로 사랑니 발치를 거부하고 있고 환자들만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충북 도내의 일부 동네 치과의원에서 사랑니 발치 수술을 하는 곳은 거의 없는 상태다.

청주지역 치과 15곳에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사랑니 발치 수술 여부를 문의한 결과 13곳에서 “사랑니 발치를 아예 하지 않는다”, “사랑니 발치가 가능한 다른 치과를 소개해 주겠다”며 사랑니 발치를 거부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사랑니 발치 등 관련 치료를 원하는 환자들은 대형병원으로 몰리고 있고 일부 큰 치과병원은 사랑니 발치 수술을 위해 길게는 1년 가까이 기다려야 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동네 치과들이 사랑니 발치 수술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수술 위험도에 비해 돈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랑니 발치는 중요한 신경이 지나는 부위를 치료해야 하기 때문에 자칫 신경 손상과 합병증이 생길 위험이 있다. 일반적으로 환자들은 사랑니 발치 수술을 쉽게 생각하지만, 잘못하면 신경을 손상시킬 수도 있고 의사들 사이에서는 임플란트 수술보다 어려운 수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여기에 수술을 이용한 발치의 의료수가는 6만~8만 원에 불과하다는 점은 동네 치과 입장에서 돈이 안 되는 위험한 수술을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가 되고 있다.

동네 치과들의 사랑니 발치 수술 거부의 불편과 부담은 환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

박 씨는 “다른 치과에도 사랑니 발치를 문의했지만, 각서를 요구하는 치과도 있었고 수백만 원을 받는 임플란트 전문 치과에서도 사랑니는 뽑아주지 않는다고 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한 치과의사는 “일반적으로 환자들은 사랑니 수술을 쉽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잘못하면 신경 손상에 안면마비까지 올 수 있다”며 “치과 입장에서는 수입에 도움되는 것도 아니고 탈 나면 책임이 돌아오는데 어느 치과가 수술을 하겠느냐”고 말했다. 고형석 기자 ko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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