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양은 가정불화로 부모가 이혼하자 극도로 소심한 성격이 됐다.

학업성적도 부진해지며 학업에 흥미를 잃던 K 양은 같은 반 친구들로부터 별명으로 놀림을 당하기 시작하자 아예 등교를 하지 않은 채 혼자 집에 머물렀다.

회사원인 아버지와 고교생인 오빠는 평소 K 양보다 먼저 집을 나서고 늦게 들어와 K 양의 결석 사실조차 몰랐다.

경찰조사 결과 K 양의 유일한 대화 대상은 그의 일기장.

K 양은 며칠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최영진 생명의 전화 대전지부 상담소장은 "자살을 선택하는 사람들을 보면 혼자 고립됐다는 극한 상황에서 극단의 방법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의 자살이 갈수록 심각하다.

한국청소년상담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남녀 중고생 4700명을 대상으로 청소년 자살관련 실태를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58.8%인 2705명이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또 실제 자살을 시도한 응답자도 전체의 11.1%인 510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나 청소년들이 자살이란 극한 상황에 쉽게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성별로 보면 여학생은 70.1%가 자살을 생각하고 15.8%가 자살을 실제 시도한 데 비해 남학생은 49.6%가 자살을 생각한 경험이 있었고 7.5%가 자살을 시도해 봤다고 답했다.

청소년이 자살을 생각하는 배경에는 가족과의 갈등, 의욕과 희망 상실, 부모의 불화, 친구와의 갈등, 주변인의 자살 등이 주요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분석은 본보가 지역 언론사로는 처음으로 교육과학기술부와 대전시·충남도교육청의 자료를 토대로 지난 1998년부터 2007년까지 10년간 대전·충남 학생자살 현황을 분석한 결과, 전체 125건 중 경제적 궁핍 등 가정문제 24건, 이혼 등 가족문제 26건 등 가정 내 문제가 50건(충남 2005년 미포함)에 달하는 등 '가정의 위기'를 주요 원인으로 지목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이 밖에 응답 청소년의 58.8%는 자살하고 싶다는 생각을 밖으로 표현하지 않았고 32.9%는 친구와 선·후배들에게 자살 충동을 털어놓는 것으로 집계됐다.

청소년들이 원하는 국가 차원의 자살예방 방안은 '스트레스 해소방법 등 심리교육 프로그램 제공'이 26.7%로 가장 많았다.

그 뒤를 자살예방 수업(13.7%), 다양한 수련활동 및 놀이방법 제공(12.6%), 폭력 등 청소년문제 해결(11.3%), 또래 청소년의 상담자 활용(10.4%), 전문상담가 학교 배치(8%), 24시간 청소년 상담전화 운영(7.9%) 등이 따랐다.

 서이석 기자 abc@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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