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모(35·유성구) 씨의 6살 난 딸 아이는 현재 공립유치원에 다니고 있지만, 사립유치원 입학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은 상태다. 혹여 주거지 이동 등으로 결원이 생긴 자리에 딸 아이를 입학시키기 위해서다. 공립유치원 원비보다 20배가량 비싼 70만 원의 원비를 납부해야 하지만 딸 아이의 미래를 위해 결코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다.
대전지역 고액 사립유치원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일부 유치원 원비가 대학 등록금 뺨칠 정도로 치솟으며, 사교육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지만 상당수 학부모들은 잘 갖춰진 시설에 혹하거나, 영어 조기교육 등을 이유로 개의치 않고 있다. 특히 교원자격증 등이 없는 교사들을 채용한 영어유치원(속칭)까지 판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유아들의 조기교육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19일 지역 유치원 관계자·학부모 등에 따르면 고액 사립유치원 및 어학원 입학경쟁률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상당수 학부모들은 공립유치원은 물론 원비가 저렴한 사립유치원 입학을 외면한 채 고액 사립유치원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더욱이 현재 교육과학기술부가 정해 놓은 공립유치원 교육과정은 영어 교육을 실시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어 학부모들은 조기교육 열풍에 따라 사립유치원을 선호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학부모 최 모(33) 씨는 “교육비·식비·재료비까지 월 70만 원의 유치원비를 내고 있다”며 “시설이 좋은데다 영어 조기교육을 확실히 시킬 수 있다는 점에 다소 경제적 부담이 있지만 사립유치원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 어학원 등이 일반 유치원과 유사한 형태로 유아 과정반을 운영하며, 고액 수업료를 받고 있어 유치원 원비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실제 둔산지역 모 어학원은 영어 조기교육 열풍에 힘입어 월 80~100만 원의 수업료를 받고 있는데도 원생들이 넘쳐난다는 것이 학부모들의 전언이다.
서부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어학원들은 학원으로 등록돼 있어 유아교육법에 따른 관리·감독을 받지 않는다”며 “원어민수 등으로 원비 단가를 따지기 때문에 수강료는 비쌀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전사립유치원연합회 관계자들은 정상적인 비용을 받는 일반 사립유치원이 훨씬 많으며, 시설 및 교육과정 면에서도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대전지역 모 사립유치원 관계자는 “지역 사립유치원은 대부분 매년 초 학부모들과 협의하에 원비를 책정하고 있다”며 “대부분의 사립유치원이 수익 우선이 아닌 순수하게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힘쓰고 있는데도 일부 고액 유치원들의 등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동 기자 dong79@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