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성 큰바위얼굴조각공원은 56만㎡ 규모의 야외공원에 185개국 출신의 인물들이 3000여 개가 조각돼있다. 테레사 수녀의 얼굴이 마치 실물을 보는 듯하다. 나재필 기자 najepil@cctoday.co.kr

얼굴엔 1000가지 표정이 있고 100가지 희로애락이 숨어있다. 지구촌 70억 명의 얼굴은 똑같지 않다. 크고 작고 길고 넓고, 흑백과 황색이 혼인색으로 혼재한다. 충북 음성에 있는 큰바위얼굴 조각공원은 '얼큰이'(얼굴큰아이)들의 천국이다. 웃고 찡그리고 폼 잡고, 한마디로 '돌머리'의 난장이다. 무려 대두(大頭) 3000여 개가 늘어서있다. 한마디로 세계위인들의 집합소인 것이다.

미국 러시모어산 큰바위얼굴은 전직 대통령 4명의 것뿐이지만 음성 큰바위얼굴은 185개국 출신의 인물들이 조각돼있다. 56만㎡ 규모의 야외공원에 3.5~10m 높이에 달하는 거대한 석상이 무려 3000여 개나 있다. 글(text)이 아니라 돌(stone)로 쓴 세계인물 대백과사전이다. 풍화만 없다면 그 미소, 그 표정이 수백년을 갈 것일 터 그 묵직한 침묵이 소름돋게 한다.
 

   
▲ 서태지(왼쪽)와 배용준 석상.

큰바위얼굴조각공원은 규모나 수적인 면에서 세계최초, 세계최대다. 대종교가, 정치지도자, 발명·발견가, 작가, 철학자, 과학자, 탐험가, 예술가, 혁신가, 스포츠인, 노벨상 수상자, 연예인 등 인류와 역사의 운명을 좌우했던 인물들이 망라돼있다. 노무현, 박정희, 김대중 전 대통령부터 루스벨트, 대처, 고이즈미 등 외국 수반도 있다. 이채로운 것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 못하는 인물도 보인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2차대전 전범인 도조 히데키, 스탈린이 그렇다. 이는 위인을 통해서만 교훈을 얻는 게 아니라 악인을 통해서도 역사를 배울 수 있기 때문이란다. 결국 위인이든 악인이든 선인이든 30t 화강암에 암각된 것은 똑같다. 때문에 돌에는 좌파나 우파, 흑백이 없다. 그저 멈춰버린 시간만이 우두커니 세상을 목도하고 있다.

배용준이 커피를 마시고 있고 그 옆에 서태지가 걷고 있다. 엘비스 프레슬리가 특이한 폼으로 열창하고 있고, 샤론 스톤은 섹시하게, 마를린 먼로는 그 유명한 치맛바람 자세로 속곳을 드러내고 있다. 옹녀는 소피를 보느라 쪼그려 앉았고 수십 개의 나신(裸身)은 봄과 흘레하고 있다. 실제와 쏙 빼닮은 김구선생은 온화한 미소가 일품이고, 베토벤과 존 레논은 이곳에서도 악상(樂想)을 그리고 있다. 산악인 박영석은 벙거지를 쓰고 히말라야를 오르고 있고 이봉주는 이곳 마당에서도 앞만 보고 뛰고 있다. 정지돼있지만 움직이는 것보다도 더 역동적이다. 코미디언 이주일, 영화 '집으로'에 출연한 김을분 할머니, 한국계 미식축구 영웅인 하인즈 워드와 그의 어머니도 눈길을 끈다. 무엇보다도 이 지역 자랑인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음성 출신)이 향수 어린 표정으로 고향 쪽을 바라보고 있어 애틋하다.
 

   
▲ 김구 선생

이밖에 석기시대 공룡, 나무화석 전시장, 가마 탄 신부, 제기 차는 어린이, 가족상을 비롯해 각종 동물과 곤충들의 조각 작품들도 꽤 있다. 아프리카 세렝게티의 마사히 마라에서 길어올린듯한 원주민의 모습도 있다. 모두들 무표정이다. 그러나 무표정이야말로 가장 사실적인 표정일지도 모른다. 과거가 돼버린 흉상은 고개를 돌리지도, 눈동자를 깜빡이지 않아 그 무변한 표정이 아리다.
 

   
▲ 마를린 먼로.

누가 이런 발상을 했을까. 이 공원은 정근희 음성현대병원 이사장이 만들었다. 1991년 구상해 개장하기까지 14년이 걸렸다. 그는 미국 러시모어 국립공원에 새겨진 높이 18m의 큰바위얼굴을 보고 공원을 구상했다. 모든 석상은 이사장이 세운 중국 복건성 꽝시의 조각학교에서 만들어져 한국으로 운반된다. 국내에서 제작할 경우 작품 한 점당 수억 원대의 비용이 들지만 중국에서 제작하면 전체 비용의 90%를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각학교 교수진이 제작한 작품들은 보통 6~7개월의 작업 기간을 거쳐 배로 들여오며 한번에 20~30점씩 보충된다. 문제는 중국 석공이 만들다보니 테레사 수녀처럼 꼭 닮은 것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더 많다는 것이다.

이 공원의 전시물 중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것은 '광개토대왕비'다. 정 이사장이 직접 중국 길림성 현지에 가서 탁본을 떠왔고 비석의 모양과 크기를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 또 한글세대를 위해 바로 옆에 한글판 비석을 같은 모양으로 세웠다. 높이 6.39m, 무게는 65t(좌대 22t포함)이다. 작품 수가 많다보니 스쳐지나가기만 해도 1시간 이상 걸린다. 꼼꼼하게 돌아보면 2~3시간은 족히 걸릴 정도로 규모가 크다.

조각공원(음성)=나재필 기자 najepil@cctoday.co.kr

음성=장천식 기자 jangcspro@cctoday.co.kr


 

   
 

◆전시관 구성

△제1관=세계 4대 성인과 제자들 △2관=한국의 대통령, 단군상, 고종황제 △3관=세계 여성정치인과 테레사 수녀 등 여성 노벨평화상 수상자 △4관=독립운동가와 세종대왕 △5관=예수님과 제자들, 마릴린 먼로, 자유의 여신상 △6관=맥아더 장군과 3·1운동 애국지사들 △7관=부시 대통령과 김일성, 후세인, 빈 라덴, 마르크스, 히틀러 등 △8관=모나리자와 목사님들 △9관=분재원과 나뭇조각 △10관=큰바위얼굴과 세계 경제인들 △11관=이성계와 종교지도자들 △12관=쌍둥이 광개토대왕비와 고구려 1~28대 영정 조각상 △13관=스포츠관으로 세계적 골프선수들 △14관=노벨문학상 수상자들과 세계 연예스타들 △15관=정치가와 음악가 △16관=조각 실습장과 전시관 △17관=부처님과 와불 18나한탑 △18관=그리스 12신과 람세스 2세 동상 △19관=소나무 숲과 전시관 △20관=동요작가 윤석중과 윤극영 △21관=거암미술관 △22관=도자기 학습체험관.

 

   
 

◆가는 길=중부고속도로 일죽IC에서 11㎞ 정도 떨어져 있다. 내비게이션:충북 음성군 생극면 관성리 9-1번지. 043-882-4111

◆관람안내=관람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입장료는 어른 6000원, 어린이 3500원, 유치원생 2000원. www.largeface.com (043)882-4111

◆음성군 행사안내=음성 품바축제 26일(수)~29일(일) 음성군 설성공원 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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