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립미술관 2층 중앙홀에 설치된 고 백남준 작가의 대표 작품 ‘프랙탈 거북선’이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대전시립미술관 측이 오는 9월부터 대전시립미술관 2층 전시장을 리모델링 할 예정이지만, 공사 기간 동안 프랙탈 거북선의 마땅한 거처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올해 프랙탈 거북선 전시관 조성 예산으로 상정된 8억 1600만 원이 지난달 열린 대전시 예산안 1차 사전심의에서 전액 삭감되면서 이 같은 방치 상태는 장기화될 전망이다.
프랙탈 거북선은 1993년 고 백남준 작가가 대전엑스포를 기념해 특별 제작한 비디오 설치작품으로 가로 16m, 세로 10m, 높이 4m에 달한다.
그러나 프랙탈 거북선은 대전시립미술관 2층 중앙홀의 천장 높이가 낮아 작품을 제대로 설치하지도 못한 채 전시되었고, 이마저도 다른 전시 작품의 주제와 어긋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으면서 전용 전시관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런 가운데 대전시립미술관 측은 이전할 곳이 없다는 이유로 프랙탈 거북선을 홀 중앙에 그대로 둔 채 공사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프랙탈 거북선은 TV모니터 359대로 구성된 작품이어서 공사 중 발생하는 분진이나 진동 등에 자칫 손상될 우려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지역 미술계는 백 작가를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인 프랙탈 거북선이 공사장 한복판에 방치되는 상황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지역 미술계 인사 A씨는 “대전의 랜드마크로 활용될만한 가치가 있는 프랙탈 거북선이 마땅한 전시 공간조차 없다는 것이 어이없다”며 “서둘러 프랙탈 거북선의 작품가치를 살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전시립미술관 관계자는 “이달 초 광역·지역발전특별회계 예산으로 프랙탈 거북선 전시관 조성 예산안을 신청했지만 반영이 될지는 의문”이라며 “만일 예산이 통과되지 못하더라도 내년 대전시립미술관 예산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주미 기자 jju1011@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