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부터 전국 경찰관서에서 ‘수사관 교체요청 제도’가 본격 시행됐지만 홍보 부족 등으로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시행 보름째를 맞고 있지만 단 한 건의 요청도 접수되지 않는 등 제도시행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경찰청은 인권침해나 편파수사 등 일선 수사현장에서 민원인들이 느끼는 불만 해소를 위해 이달 2일부터 ‘수사관 교체요청 제도’를 전국 경찰서에서 본격 시행했다.
이 제도는 경찰서에 접수된 고소·고발·진정·탄원 등 민원사건 중 욕설·가혹행위 등 인권침해와 청탁·편파수사나 수사 공정성이 의심되는 경우 수사관 교체를 신청할 수 있다.
교체 요청은 대상사건의 고소인 등과 그 상대방(참고인 제외) 및 변호인, 법정대리인이 할 수 있으며 각 경찰관서 청문감사실에 비치된 정해진 서식에 따라 제출하면 된다.
경찰은 교체요청서가 접수되면 청문감사관을 위원장으로 수사부서 및 비(非)수사부서의 계·팀장급 등 5명으로 구성된 ‘공정수사 위원회’를 열고, 교체여부를 심의한 뒤 그 결과를 민원인에게 서면 통보하게 된다.
경찰수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제도지만 민원인들의 관심 부족 등으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제도 시행 보름이 지난 17일 현재 대전지역 5개 경찰서와 충남지역 15개 경찰서에 접수된 수사관 교체요청은 단 한 건도 없다.
이에 대해 경찰은 최근 수사 과정에서 인권문제 등이 강조되면서 대부분 수사관들이 민원인 입장에서 수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교체 요청이 없는 것이 아니냐는 반응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요즘 경찰 수사에도 민원인 만족의 중요성이 강조되기 때문에 거의 모든 수사관들이 친절할 수밖에 없다”며 “경찰서 민원실이나 수사 부서에 수사관 교체요청 제도 안내문을 게시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신청 민원인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교체요청을 신청할 수 있는 범위가 고소·고발 등 민원사건에 한정돼 있고 경찰서를 직접 방문 신청하는 번거로운 절차 등으로 활성화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해 전체 형사사건 140만 3161건 중 수사관 교체요청 대상사건은 31.4% 수준인 44만 177건에 불과하다.
또 민원인과 경찰관 사이 분쟁소지가 많은 교통사고 조사의 경우 교체요청 사건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대상 사건 범위 확대는 물론 유사 제도인 ‘수사이의제도’와 같이 경찰서 홈페이지 등을 통해 민원신청이 가능하도록 제도 개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교통사고나 강력사건의 경우 수사 과정에서 현장조사가 중요하기 때문에 수사관 교체요청 사건에 포함되긴 힘들 것”이라며 “하지만 제도의 정착과 활성화를 위해 경찰서 홈페이지 등을 통한 지속적인 홍보는 물론 인터넷 신청제도 도입 등은 충분히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