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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개발을 위해 사람들이 떠나면서 우범지대로 전락한 청주 사직 4구역 현장.이덕희 기자 withcrew@cctoday.co.kr |
"직접 한 번 와 보십시오. 여기에서 사람들이 제대로 살 수 있겠습니까."
11일 오후 1시경 청주시 흥덕구 사직동의 한 골목. 사직4구역 도시환경정비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이 곳은 인구 65만 도시의 한복판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적막하다. 3일째 내리고 있는 비로 분위기는 더욱 을씨년스럽다. 반 쯤 무너진 폐가, 쓰레기로 가득찬 빈 집, 시커멓게 그을린 흔적이 뚜렷한 집 등이 사람 사는 집과 뒤섞여 있다. 과거 성업을 이루던 60여 개 여관들 가운데 지금까지 영업을 이어가고 있는 곳은 15개 안팎으로 보여진다.
지난 2006년 도시환경정비사업 예정구역으로 선정된 이 후 주민 상당수가 개발업체에 집과 땅을 넘기고 이주했다. 전체 주민 195명 중 현재까지 남아있는 주민은 88명.
남은 이들에게 이 곳에서의 삶은 고통의 연속이다. 슬럼화된 골목은 비행 청소년이나 노숙자들의 차지가 됐다. 폐가에서 여중생을 살해한 부산의 '김길태 사건' 이후에는 경찰 100여 명이 동원돼 온 동네를 뒤질 정도로 대표 우범지대로 전락했다. 해결책은 서둘러 정비사업이 추진되는 것뿐이다.
사직4구역 조합설립추진위원회에 따르면 112명의 주민이 추진위에 참여하고 있는데다 이외 40여 명의 주민이 향후 조합 참여의사를 밝히고 있어 정비사업을 위한 주민공감대는 이미 형성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저런 걸림돌에 부딪혀 조합설립추진위원회 구성과 정비구역 지정 승인을 받는데만 꼬박 5년이 걸렸다. 최근엔 시민단체가 사업추진에 제동을 걸고 나서 사업지연이 우려된다. 도심경관 및 스카이라인 훼손 등이 우려된다며 공공조망권 침해를 이유로 시민소송단 구성까지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조속한 사업추진을 바라던 주민들에게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인 셈이다.
여관을 운영하는 한 주민은 "생계를 위해 여관 문을 열고 있지만 죽은 동네가 됐는데 손님이 있을리 있겠느냐"며 "정비사업의 정상 추진을 기다리는 동안 매달 고정지출만 물 새듯 나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곳에 남은 40여 명의 주민들로 구성된 원주민모임 관계자는 "사업추진이 지연되면서 발생한 주민불편과 금전적 손해를 말로 설명할 수도 없다"며 "엄밀히 따지면 제3자인 시만단체가 원주민들의 재산권을 침해하며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시민단체가 원주민의 권익과 시의 미래를 위한 적절한 대안을 내놓는다면 시민의 한 명으로써 당연히 따라야하겠지만 피해만 보고 있는 원주민들에게 대안없이 반대만을 외치면 누가 동조할 수 있겠느냐"며 "누구를 위한 시민단체인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청주시는 조만간 사직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에 대한 정비구역 지정 고시를 하는 등 행정절차를 밟는 한편 도시미관을 훼손하는 폐·공가의 소유주와 협의를 통해 단계적 정비사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전창해 기자 wides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