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신공항에 이어 국제과학비지니스벨트까지 대통령의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으로 변질되면서 국책사업의 추진 원동력이 훼손됐다는 지적이다. 특히 현 정부가 충청권 대선공약으로 내세웠던 과학벨트 입지를 전국으로 확대하면서 중앙 vs 지방, 여권 vs 야권, 지자체 vs 지자체 간 헤게모니 쟁탈전으로 승자도 패자도 없는 제로섬 게임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5일 국회, 교육과학기술부 등에 따르면 과학벨트 입지 선정을 앞두고, 후보지로 거론된 자치단체들을 중심으로 치열한 유치전에 뛰어든 가운데 지역구 국회의원, 시민단체와 예술계 인사, 지역민 등이 가세하면서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다.

경북과 울산, 대구 등 TK라인은 ‘과학벨트 유치 범 시·도민추진본부’를 출범시켰으며, 광주시도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에 이어 종교와 예술·문화계 인사들까지 가세하며, 과학벨트를 투전판으로 만들고 있다.

문제는 충청권 대선공약이자 국가의 100년 먹을거리 창출을 위해 제안된 과학벨트가 정부의 오판 속에 정치권과 일부 자치단체의 먹잇감으로 전락해 본 취지는 없어지고, 한반도의 사분오열을 가속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상황은 이미 선정·추진되고 있는 국책사업에서도 마찬가지.

자기부상열차와 로봇랜드, 첨단의료복합단지 등 대형 국책사업의 원칙없는 입지 선정으로 전국은 분열했으며, 정작 선정된 지역에서조차 ‘정부의 추진력 부재로 사업이 원점에서 맴돌고 있다’며 불만이 팽배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지난 2007년 인천으로 선정된 자기부상열차 사업은 총사업비 3423억 원을 투입, 자기부상열차의 기술 보완을 통한 성능향상과 상용화를 대비한 종합 시범노선 건설이 당초 취지이지만 현재 인천공항 셔틀 기능에 한정됐으며, 적자 운영을 이유로 2단계 유료운행 노선 건립은 요원한 상황이다.

지난 2008년 12월 인천과 마산으로 선정된 로봇랜드 사업도 ‘정치적 배려에 의한 사전 선정’이라는 각종 의혹만 남긴 채 준공 일정이 연기되는 등 사업추진에 차질을 빚고 있다.

또 지난 2009년 8월 대구와 충북 오송으로 선정된 첨단의료복합단지 조성 사업은 입지선정을 위한 평가위원들의 특정 지역 편중과 주관적인 평가 항목 채택, 분산배치에 따른 문제점 등으로 아직도 수많은 의혹과 논란을 낳고 있는 국책사업으로 손꼽히고 있다.

이와 함께 아직 입지선정 절차를 밟고 있는 한국뇌연구원도 지자체의 투자 비중은 높은 반면 고용창출·경제유발 등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부의 원칙 없는 국책사업 추진 실태를 비난하는 여론이 연일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에 대해 학계 등 관련 전문가들은 “국책사업은 말 그대로 국가의 10년, 100년 먹을거리를 창출해야 하는 책무가 있다”면서 “추진을 위한 합목적성도 중요하지만 입지선정 등 절차의 정당성과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진환 기자 pow1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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