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모(38·청주시 상당구 용암동) 씨는 요즘 달력만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지난달 건강보험료 폭탄을 맞아 평소 10만 원 정도 납부하던 보험료를 30만 원이 넘게 지출하면서 속이 쓰렸지만, 더 큰 문제는 이달 들어 각종 기념일에다 경조사로 인해 머릿속이 수많은 생각으로 복잡하기 때문이다. 가정의 달 5월은 빨간색의 공휴일이 반가운 게 아니라 어린이날을 비롯해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 등 유난히 몰려 있는 기념일에다 직장 동료와 지인들의 결혼식, 돌잔치를 알리기 위해 쌓여가는 청첩장만큼 금전 부담으로 걱정이 태산 같다.

여기에다 자녀와 부모의 생일까지 겹치거나 결혼기념일이라도 추가된다면 가히 ‘공포의 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10명 중 7명 “5월 부담스럽다”

직장인 상당수가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다른 달보다 유난히 많은 지출로 경제적 부담과 함께 시름이 깊다. 실제 직장인 10명 중 7명은 5월이 ‘부담스럽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취업포털사이트 ‘사람인’이 직장인 82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77.8%(640명)가 ‘5월이 부담스럽다’고 답했다. 이 중 부담을 느끼는 경우는 기혼자(81.8%)가 미혼자(72.9%)보다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기념일 예상 지출비용은 평균 30만 4000원으로, 응답자의 40.3%는 ‘지난해보다 지출 규모가 늘어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제조회사에 근무하는 김모(35) 씨는 “5월에는 유난히 결혼이나 돌잔치가 2배 이상 많은 것 같아서 솔직히 부담스럽다”며 “각종 기념일을 다 챙기려고 하다 보니 빠듯한 생활에 걱정만 앞선다”고 말했다.

◆‘유비무환’만이 상책

매년 반복되는 1년 중 ‘보릿고개’ 5월을 맞아 직장인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벼랑 끝 해법을 찾고 있다.

가장들은 남들 다 누리는 행복한 5월을 무탈하게 보내기 위해 2~3개월 전부터 ‘나 홀로 야근’에 들어가거나 당직 수당 등 아내 몰래 비자금 마련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평소에 거래처나 지인들에 받았던 선물은 고이 간직해서 아이들 어린이집, 유치원 선생님에게 스승의 날 선물로 사용하고 선물로 받은 상품권은 어버이날 선물로 차곡차곡 쌓아놓고 있을 정도다.

비용절감 차원에서 부모님을 모시고 어린이날에 아이들과 함께 놀이공원이나 유원지를 찾을 생각으로 입장권을 미리미리 예매하는 등 일거양득의 효과를 노리는 직장인들도 눈에 띄고 있다.

직장인 최모(40) 씨는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5월 만큼은 돌잔치나 결혼식에 초대되더라도 평소보다 적은 돈을 넣는 대신 밥값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직접 찾아가진 않고 있다”며 “주위에 야근하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보면 새로운 풍속도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햇다.

박한진 기자 adhj79@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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