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청주시는 턴키(일괄입찰)방식으로 추진되는 하수처리장 설치공사와 관련해 중소기업제품을 직접 구매하라는 충북 중기협의회(중소기업중앙회 충북본부, 충북지방중소기업청)의 요구에 법적소송까지 치르며 한 차례 홍역을 겪고 있다. 기관간 기싸움으로 비치고 있는 이번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은 양측 주장의 근간이 되는 법제도간 모순에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 때문에 턴키공사 추진 때마다 반복되는 갈등 해소를 위해 관련 제도정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하수처리공사 공방

청주시는 지난 2008년 지방건설기술심의위원회 심의를 통해 총공사비 376억 원이 소요되는 하수처리시설 설치공사를 '설계·시공 일괄 입찰계약'(턴키) 방식으로 추진할 것을 결정하고, 조달청을 통해 입찰을 추진했다. 이에 대해 충북 중기협의회는 지난 2009년 11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에 관한 법률'에 의거 하수처리시설에 사용되는 여과기를 직접 생산하는 중소기업에서 구매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시는 턴키방식에서는 해당제품의 직접구매제도 적용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전달괄고, 결국 지난해 3월에는 A 지역업체가 '공사 일괄입찰 공고무효 및 입찰절차중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 법적공방으로 번졌다. 이후 직접구매대상 품목을 실시설계 후 중소기업청과 협의 후 결정하라는 법원판결이 내려졌지만 협의 과정서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며 1년여가 지난 현재까지도 완전히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사분쟁 반복 우려

지자체가 턴키방식을 선택하는 이유는 설계와 시공, 기자재조달 등을 하나의 프로젝트로 추진함으로써 성능보증은 물론 하자 등 책임을 명확히 물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즉 대형공사를 분리해 발주할 경우 발주자, 자재납품자, 시공자간 하자 또는 성능 등에 대한 책임소재 불분명으로 법적분쟁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청주시를 포함한 대다수 지자체들은 하수처리시설이나 소각장 설치 등 정밀성을 요하는 공사의 경우 턴키방식을 취하고 있다.

청주시의 경우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하수처리시설 설치 공사 외에도 청주권광역소각시설 제2기 증설공사(550억여 원), 유기성폐기물 에너지화 시설 설치공사(190억여 원) 등이 턴키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따라서 나머지 2개 공사 역시 실시설계가 완료된 뒤 중소기업청과 직접구매 대상품목에 관한 협의를 벌이는 과정에서 적잖은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국적으로 턴키공사를 추진하거나 준비중인 지자체들의 이목이 법정싸움으로까지 번진 청주시의 하수처리공사에 집중됐던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법제도 정비 시급

이번 분쟁의 근본적인 원인은 턴키방식의 근간이 되는 건설기술관리법 및 국가계약법과 중기협의회 주장의 근간이 되는 구매촉진법간 모순 때문이라는게 중론이다.

구매촉진법에 따라 중소기업제품 직접구매를 무조건적으로 수용할 경우 턴키방식의 목적이 훼손될 수밖에 없고, 턴키방식만을 고수하면 직접구매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결국 관련 법제도 정비가 불가피함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청주시 관계자는 "49%의 지역업체 참여를 의무화하고 있는 등 턴키공사는 절대 대기업 위주의 입찰방법이 아니다"라며 "중소기업 제품을 가능한 많이 사용해주면 좋겠지만 무조건적인 직접구매는 성능보증이라는 턴키공사의 목적에 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로부터 유기성폐기물 에너지화 시설 설치공사를 수탁받아 추진하고 있는 한국환경공단 관계자는 "현 제도 상에서는 품질보증문제, 향후 책임소재에 따른 업체의 부담 등으로 직접구매가 녹록치 않다"며 "일차적으로 협의과정서 원만한 합의점을 도출하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양 법제도의 모순을 제거하는 정비작업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전창해 기자 widesea@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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