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단속을 안 하지?”

늦은 밤 시간까지 대로변이나 주택가 골목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음주단속을 벌이며 음주운전자들의 저승사자 역할을 했던 경찰의 음주단속이 최근 들어 자취를 감췄다. 줄어들다 못해 거의 자취를 감춘 경찰의 음주단속에 음주교통사고 등에 대한 우려는 깊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경찰의 음주단속이 자취를 감춘 이유는 뭘까.

음주단속이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충북경찰이 음주단속을 일선 경찰서와 지구대 자율에 맡겼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충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해 10월부터 소통 위주의 교통관리를 위해 음주단속을 일선 경찰서와 지구대 자율에 맡겼다. 또 개인 실적평가 항목에서 음주단속을 아예 빼버렸다.

대신 5대 범죄 등과 충북경찰이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주폭척결에 따른 주취자 예방활동, 방범진단 홍보 등이 강화되거나 들어갔다. 과거와 달리 음주단속에서 실적이란 당근 자체가 사라지면서 지구대 등에서 굳이 나서 무리를 해가며 음주단속을 해야 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김용판 청장이 지구대 간담회 등을 통해 음주단속보다는 홍보와 계도 등의 얘기를 한 것도 충북경찰의 뜸해진 음주단속의 또 다른 이유가 되고 있다.

지구대 관계자는 “과거에는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어디서 단속하라는 일제단속 공문이 내려왔고 경찰서 통계 게시판 등에 음주단속 실적 등이 공개되면서 지구대마다 경쟁이 벌어졌지만, 음주단속이 자율에 맡겨지면서 단속 자체가 뜸해진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줄어든 음주단속은 통계로도 여실히 드러난다.

충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27일까지 음주운전 단속건수는 162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439건과 비교해 무려 1816건이 줄었다. 예년과 비교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보름 사이 충북지방경찰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대체 음주운전 단속은 언제 할 거냐”, “음주운전자 때문에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등의 글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음주운전 단속 자체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음주운전 근절 분위기 조성을 위해 상습음주운전 예상지역인 유흥업소 밀집지역 등에서 음주운전 단속을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형석 기자 koh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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