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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유가 행진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27일 대전 서구 한 주유소에서 '경유만 판매하는 주유소입니다'라는 간판이 내걸고 경유 단품만 판매하고 있다. 허만진 기자 hmj1985@cctoday.co.kr | ||
“경유 가격입니다. 휘발유는 다 떨어져 안팔아요.”(주유소 직원)
대전시 서구의 한 주유소는 최근 ‘경유만 판매하는 주유소입니다. 휘발유 고객님께는 정말 죄송합니다’라는 간판을 내걸고 ℓ당 1739원에 경유 단품판매에 돌입했다. 경유 장사가 너무 잘 되서가 아니라 주유소 운영이 너무 어려워 휘발유를 사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낮은 가격에 반가운 마음으로 주유소를 찾았던 수많은 휘발유차 운전자들은 허탈한 마음으로 주유소를 빠져나와야만 했다.
이 주유소는 유가 상승과 인근도로 공사라는 악재가 겹치며 지난해부터 매출이 감소하기 시작해 현재 매출은 지난해 동기대비 70%나 줄어든 상황이다.
지난해 초 인근 도로 공사가 진행되면서 통행이 불편해 고객이 줄더니 유가 상승이 겹치며 적자폭만 늘기 시작했다는 것이 주유소 사장의 설명이다.
이 주유소 사장은 “공사로 인해 도로가 잘리면서 적자가 쌓인 기간은 오래됐지만 본격적인 적자는 지난해 중반부터 시작돼 지금은 매출이 70%이상 줄었다”며 “내가 운영을 잘못해 이렇게 된거다. 아마 대한민국에서 경유만 파는 주유소는 우리 뿐일 것”이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이 주유소가 마냥 어렵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중반에는 낮은 가격으로 고객을 끌어모았고, 지난 겨울 스팀세차 서비스를 도입해 한때 이 주유소를 찾는 운전자들이 제법 많았다는 것.
사장은 그러나 올 초부터 오른 유가와 스팀세차 인기가 사그라들면서 가격을 높이자 매출이 줄어들어 현재는 휘발유를 사들일 여력도 남지 않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한국주유소협회 대전시지회 측은 주유소 업주의 자금운용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을 제기하면서도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는 반응이다.
주유소협회 관계자는 “(해당주유소가) 한때 낮은 가격으로 승부를 걸거나 스팀세차 서비스를 제공할 때만해도 잘 되다가 갑자기 가격을 올리면서 적자폭이 커졌다는 말을 들었다”며 “아무래도 정유사가 공급가 인하를 발표한 7일 이후에도 11일과 18일 공급가를 인상하는 등 휘발유 한 차(2만ℓ)에 3500만~4000만 원 정도 부담이 되다 보니 휘발유를 들여놓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한성 기자 hansoung@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