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안군수 보궐선거가 실시된 27일 충남 태안군 군민체육관에서 개표가 시작돼 충남선관위 관계자들이 투표용지를 분류하고 있다. 태안=김호열 기자 kimhy@cctoday.co.kr  
 
4·27 재선거 결과는 대전·충남지역 정치 지형에 직·간접적인 파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기초단체장 한 곳(태안군수)과 광역의원 1곳(충북), 기초의원 7곳(대전 1·충남4·충북2) 등으로 비록 규모가 크지 않았지만, 선거 결과는 정치권에 의미 있는 해석을 던져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내년 총선·대선을 앞둔 여야 각 정당의 입장에서 이번 재선거 결과는 현 시점의 민심 흐름을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어떻게든 향후 지역 정치 지형도를 다시 그려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됐다.

특히 지역 정치권은 자유선진당 진태구 태안군수 후보의 당선에 대해 면밀하게 복기(復棋)하면서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선진당은 대전·충남지역 재선거 중 가장 규모가 큰 태안군수 선거에서 승리했다는 점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분위기다.

그러나 속내는 편치 않은 모습이다. 태안 지역에선 진 당선자의 승리에 대해 선진당에 대한 지지보단 ‘진태구의 자력’으로 고지에 올라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 선진당은 텃밭이라고 자처하는 대전·충남지역 6곳 재선거 지역 4곳에서 당선을 이끌어냈지만 ‘자축’하기에는 민망한 형편이다.

결국 선진당은 이번 재선거 결과로 거울삼아 말 뿐인 ‘혁신’이 아닌, 환골탈태의 변신을 해야만 내년 총선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위기감에 직면하게 됐다.

무엇보다 선진당은 연기 다선거구에서 민주당 고준일 후보가 압도적인 표 차이로 선진당 후보를 제치고 당선된 것에 대해 충격으로 전해지고 있다.

연기지역은 그동안 선진당의 ‘안방’에 해당하는 곳이었다. 여기에 지역구 국회의원인 국민중심연합 심대평 의원이 자당 후보를 내지 않음으로써 암묵적으로 선진당을 지지해 온 것이 사실이다. 이런 배경을 종합해 볼 때, 선진당과 심 의원은 민주당에 안방을 빼앗긴 수모를 당한 셈이다.

이는 최근 과학벨트 논란 등을 겪으며 민심이 선진당에 대해 차갑게 돌아서고, 대신 민주당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역시 이번 재선거는 걱정거리만 새삼 확인한 셈이 됐다.

한나라당의 경우 충청권 9곳 중에 3곳을 당선시켰다. 대전·충남에서 한 곳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거뒀다.

세종시 수정안 논란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충청권 입지 대선 공약 백지화 등의 악재로 최악의 상황에서 선거를 치르다 보니 당 내부에서조차 큰 기대를 걸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자조적인 목소리에는 내년 총선에 대한 암울한 전망이 섞여 있다.

민주당도 내심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연기군 다 선거구에서 값진 당선을 이끌어 냈지만, 민주당 당세가 높은 서천 가선거구에서 선진당에게 패배했다.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안희정 충남지사를 당선시키면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는 당내 기대가 상당 부분 빗나갔다는 시각과 함께 앞으로 위기감이 고조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대전 대덕구 나선거구의 경우 야 4당과의 공조 무산으로 인한 선거 패배라는 불만이 나올 수 있어 책임공방으로 이어질 공산도 있다.

결국 대전·충남지역 재선거 결과만 놓고 본다면 여야 중 어느 정당의 승리라고 단정 지을 수 없어 1년 여 앞으로 다가온 총선과 대선의 향방은 더욱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

이선우 기자 swlyk@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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