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시장에 때아닌 사재기 광풍이 불고 있다.
소비자들은 가뜩이나 상승한 소비자물가에 한숨을 내쉴 틈도 없이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원하는 물건을 사야한다는 강박증에 사로잡혔다. 특히 발빠르게 사재기를 해놓은 일부 얌체 소비자들로 인해 많은 소비자들이 물건이 없어 살 수 없는 불편을 겪고 있다.
◆가격 인상 예고한 밀가루·담배 사재기 한때 기승=이른 가격인상 예고로 인해 밀가루와 담배가 사재기에 휘말렸다.
지난 5일 가격이 오른 밀가루의 경우 한 업체가 가격 인상 나흘전인 1일 인상계획을 발표하면서 한바탕 사재기가 기승을 부렸다.
다행히 ‘밀가루 대란’ 등의 큰 파장을 몰고오지는 않았지만 일반적으로 가격에 민감한 생필품의 경우 가격인상 하루 전에 인상계획을 발표했던 전례로 볼 때 밀가루 제조업계에서는 해당 업체의 돌발행동에 난색을 표했다.
담배 역시 BAT코리아가 오는 28일부터 가격을 8% 올리겠다고 발표하면서 소비자들은 물론 일부 소매점 업주들까지 사재기에 가세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였다.
일부 제품에 한정된 인상으로 큰 혼란은 없었지만 일부 소매점 업주들이 보루당 2000원의 차익을 위해 소비자로 가장해 타 업소의 상품을 구입하려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했다.
유통업계는 현재 밀가루와 담배는 점차 안정화를 찾아 정상적인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일본계 담배회사인 JTI코리아도 다음 달 4일부터 '마일드세븐'과 '셀렘' 등 2종 12개 제품의 값을 2500원에서 2700원으로 8% 올리기로 했다고 밝혀 긴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사능 공포, 김·미역에 이어 소금 동나=일본 대지진 역시 국내 사재기 열풍에 한 원인으로 떠올랐다.
방사능 공포에 따라 요오드 성분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진 김·미역·다시마 등의 해조류는 오른 가격에도 불구하고 대형마트와 재래시장에서 날개돋힌 듯 팔려나갔다.
실제 안영동 대전농산물유통센터는 김·미역 등 해조류 상품을 1인당 2개 이내로 제한 판매하는 등 사재기를 막기 위한 자구책을 마련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소금이 사재기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일본 원전에서 유출된 방사성 물질이 우리나라 해역까지 흘러 들어오면 소금도 오염될 것이라는 걱정과 방사능 오염을 막는 요오드가 소금에 많이 함유됐다는 소문 탓에 최근 지역 대형마트 매대에는 소금 및 액젓류 품절 안내문이 붙고 있다.
홈플러스 둔산점 관계자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해 대부분의 상품이 품절돼 지금은 소비자들이 소금을 사고 싶어도 못사는 상황”이라며 “마트 측도 소금 사재기가 이정도 까지 일줄은 예상치 못해 당황스럽지만 고객들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면 이해하는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사재기로 인해 많은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사재기는 규제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설명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가격이 오를 것에 대비해 미리 상품을 구입하는 것은 규제 대상이 아니다”라며 “수사 대상은 공급자들이 담합을 통해 공급물량을 창고에 저장해두고 가격이 오른 뒤 판매하는 행동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한성 기자 hansoung@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