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경찰이 ‘주폭(酒暴)’ 척결에 나서 전국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청주상당경찰서가 ‘주폭’ 척결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처벌과 치료를 병행하는 등 선도적인 민생치안을 실천하고 있다.

도내 대부분 경찰서들이 만취상태에서 상습적으로 폭행이나 협박 등 행패를 부리는 상습주취자(주폭)에 대해 여지없이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등 강력한 처벌의지를 보였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상당서의 이같은 방침에 충북경찰 내부에서는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었다’며 주폭 예방에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이다. 청주상당서가 주폭에 대해 무조건적인 처벌보다 치료와 재활을 먼저 생각하게 된 계기는 주폭 척결에 있어 처벌만이 최선이 아니다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부터다. 주폭 피의자의 상당수가 구속기간이 짧고 벌금형으로 처벌되는 현실에서 처벌로 ‘개과천선’을 하는 경우가 있지만 생계곤란자는 벌금 낼 능력도 없는 등 되레 또다른 주폭을 저지르거나 폐인이 되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청주상당서 이동섭 서장은 “처벌이 주폭을 100% 척결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처벌보다는 치료와 재활이 오히려 주폭 척결에 효과적이라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실제 그동안 도내 각 경찰서는 경쟁적으로 주폭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이들을 잡아들였다.

주폭으로 정의내리고 잡아들인 사람들 대부분에게는 구속영장이신청 됐고 법원은 잇따라 영장을 발부했다. 하지만, 이들 중 약한 처벌을 받거나 조사를 받고 귀가한 사람 일부는 술을 마시면 또다시 주폭으로 변했다.

상당서가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다라는 판단을 하게 된 이유다.

이 서장은 “구속이 되거나 강한 처벌을 받는다고 그 사람들이 다시 주취 행패를 부리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며 “치료와 재활을 생각했고 그것을 경찰에서 어떻게 도와줘야 하는지 고민하다 보니 답이 나왔다”고 말했다. 상습주취자에 대한 치료와 재활을 위해 상당서는 관내 알코올 전문 치료병원을 수소문하다 예사랑병원과 주사랑병원을 찾아갔고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들 병원은 상당서가 의뢰한 상습주취자에 대해 치료와 재활, 진료비 등에 대해 10% 감면해주는 등 적극적으로 돕기로 했다.

이 서장은 “병원에서 환자들을 직접 만나보니 술에 취하지 않았을 때는 평범하고 따뜻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며 “알코올 치료를 받는 사람들의 지극히 평범한 모습을 보면서 주폭에 대한 처벌보다는 치료와 재활이 효과가 있겠다는 확신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협약 이후 지난 20일 상당서는 술을 마신 뒤 가족에게는 폭언을 일삼고 이웃 주민에게는 이유 없이 행패를 부리던 김모(51) 씨를 가족의 동의하에 협약을 맺은 예사랑 병원에 처음으로 치료를 알선했다.

김 씨는 수년간 술만 마시면 주변 사람에게 행패를 부리는 버릇을 가지고 있었다. 경찰이 사회적 위해범으로 정의한 일명 주폭. 최근에도 술에 만취해 청주시 북문로 2가 청소년 광장 부근에서 행인에게 욕설을 퍼붓고 시비를 거는 등 소란을 피웠고 결국 경찰에 붙잡혔다.

주폭으로 정의해 으레 처벌할 법도 하지만, 상당서는 처벌 대신 치료와 재활의 길을 열어줬다.

김 씨가 치료 등을 통해 충분히 사회로 복귀할 수 있다는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서장은 “주폭에 대해 무조건 치료와 재활을 돕는 것은 아니다”라며 “사안이 경미하거나 치료와 재활로도 충분히 상습주취 행위를 고칠 수 있다는 판단이 선다면 치료 등을 적극 지원하겠지만, 사회적 위해성이 높거나 범법 사실이 중하다면 공권력 확립과 피해를 보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엄격하게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고형석 기자 koh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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