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천시가 14억 원을 들여 조성한 드라마세트장이 혈세만 축낸 채 방치되고 있다. 세트장 주변에 버려진 나무와 쓰레기들이 쌓여있다(사진 위). 낙서장으로 변한 세트장 초가(아래 좌측).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겨 텅빈 주차장. 제천=이대현 기자  
 


‘14억 들인 촬영장이 10년 간 번 수익은 1억 5000만 원.’

제천시가 14억 원을 들여 만든 ‘KBS드라마 촬영장’이 혈세만 축내는 애물단지로 방치되고 있다. 시는 드라마 ‘태조 왕건’이 인기를 끌었던 2000년 금성면 성내리에 14억 원짜리 세트장을 조성했다.

전국적인 관광명소를 기대했지만 조성 10년 후 이 곳은 운영하면 할 수록 혈세가 새는 ‘골치덩이’로 전락했다. 드라마 인기가 한창이었던 1~2년 동안은 반짝 특수를 누렸지만 드라마 종영으로 열기가 식으면서 관광객도 뚝 끊겼다.

조성 첫 해인 2000년 100만 명을 넘었던 관광객은 해를 거듭할 수록 줄어 2001년 62만명, 2002년 34만명, 2009년에는 7만명에 그쳤다. 시는 방송국과의 촬영 계약이 끝난 2009년 이후부터는 아예 집계도 하지않고 있다. ‘찾아오면 좋고, 아니면 말고’ 식으로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관광객이 줄면서 수익도 곤두박질쳤다. 시가 14억 원을 투자해 10년 동안 벌어들인 수익은 주차료를 받아 얻은 1억 5000만 원이 고작이다. 주차장 부지 소유자와의 임대 계약이 끝난 2009년 이후에는 그마저도 받지않고 있다. 그동안 입장료는 받지않았으니 수익은 전무한 셈이다.

반면에 시설 보수·유지비와 인건비 등 고정 비용은 매달 발생해 적자는 갈수록 쌓이고 있다. 초가집 지붕을 교체하는 데에만 1채에 2000만여 원이 들 정도다. 벌이도 없이 예산만 축내고 있는 것이다. 세트장 관리사무소에는 현재 공무원과 문화관광해설사, 공익근무 요원 등 4명이 상주해 근무 중이다. 촬영 횟수도 갈수록 줄고 있다.

올 들어선 4월 현재 7건에 그치고 있다. 재투자 할 여력이 없어 리모델링 등의 시설 개선을 할 수 없다보니 세트장이 엉망이고, 이 때문에 촬영 횟수도 적고 관광객도 주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그나마 촬영이 있다해도 KBS가 세트장을 사용할 경우에는 임대료를 받지 않고 있다. KBS만 사용하도록 한 당시의 독점 계약 때문이다. 불리한 계약이라고 판단한 시는 임대료를 받을 수 있도록 3년 전 계약 조건을 바꿨지만 제천시 엠블럼을 넣는 자막 광고로 대체해 실제로는 임대료를 받지 않고 있다.

엉성한 수요 예측과 반짝 특수만을 기대한 전시 행정으로 조성된 이 세트장은 결국 혈세 낭비와 마을 주민과의 마찰 등 후유증만 남긴 채 ‘공중 분해’ 될 처지에 놓였다. 시는 당초 세트장과 주차장 부지 소유주와의 임대 계약이 끝난 2009년 이후 부지를 매입해 영구 활용할 계획이었지만 가격 협상이 어렵자 사실상 매입을 포기한 상태다. 이 때문에 토지 소유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한 토지주는 “시가 계약이 끝나면 매입한다고 해놓고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며 “국민의 혈세만 낭비하고 무려 10년 간 주민의 재산권만 묶어놓은 전형적인 예산 낭비”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매입 가격 협상이 힘들어 토지 매입은 어려울 것 같다”며 “밭으로 쓰였던 주차장을 올 안에 원상 복구할 계획이지만 세트장을 어떻게 활용할 지는 결정된 게 없다”고 해명했다.

제천=이대현 기자 lgija20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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