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들은 커가고, 축사는 좁고…, 주민들 반대때문에 축사 이전은 꿈도 못꾸고 있습니다.”(축산농)

“아주 만약이지만 동네가 온통 동물 시체로 쌓일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끔찍합니다.”(주민)

구제역 파동 이후 축사 이전을 계획했던 축산농가들이 주민들의 입주 반대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이들 농가는 구제역으로 인한 이동제한으로 수개월간 소를 출하하지 못해 축사를 확장해야 하는 처지임에도 불구하고, 악취와 구제역 공포에 따른 주민들의 반대로 축사 이전 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었다.

지역의 한 축산농민 A 씨는 최근 축사 확장을 위해 대전 외곽의 한 마을에 축사를 지으려 했지만 결국 마땅한 부지조차 찾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축사 확장을 계획했던 지역 주민들이 소나 돼지 축사가 들어서는 것을 강력히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A 씨는 “우선 축사를 지으려면 땅을 사야하는데 계약 과정에서 축사 용도 부지라는 설명만하면 그 자리에서 계약이 중단됐다”며 “부동산이나 지역주민들 모두 자신들이 사는 지역에 축사가 들어오는 것을 거부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이어 “이렇게 국민들의 인식이 나빠졌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해 한참을 멍하니 서있다 돌아왔다”며 “한동안 출하도 못하고 소들이 커버리는 바람에 축사가 비좁아 소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 한시가 급한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실제 A씨가 축사 확장을 계획했던 지역의 주민들은 축사에서 발생하는 악취 이외에도 구제역 발병으로 인한 살처분 시 자신들의 거주지 주변이 동물들의 시체로 메워질 수 있다는 불안감에 축사 입주를 꺼리고 있는 상황이다.

한 주민은 “소·돼지 축사가 들어설 경우 악취는 물론 구제역에라도 걸리는 날에는 인근 땅을 파서 다 묻어야 되는 것 아니냐”며 “축산농가도 먹고 살아야 되니 안타깝기는 하지만 우리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축사 입주를 허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안그래도 여름만 되면 파리가 끓어 귀찮은데 축사가 들어서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며 “그것 말고도 살처분한 곳에서 침출수가 나오고 동물 시체가 튀어나온다는데 누가 환영할 수 있겠나”라고 손사래를 쳤다.

이에 대해 축산농민들은 길었던 구제역 파동으로 상처받은 축산농들의 상처를 국민들의 이해와 협력으로 보듬어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 축산농민은 “이번 구제역으로 우리나라 대부분의 축산농은 자신의 자식같은 가축은 물론 재산과 희망까지 잃었다”라며 “다시 한 번 힘을 내 일어서려고 하는 축산농민들을 위해 국민들이 양보하고 이해해주셔서 우리나라 축산업이 재건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한성 기자 hansoung@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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