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경찰이 불법 게임장 고사작전에 돌입했다. 불법 사행성 게임장 단속이 시작된 지난 13일 밤 동부경찰서 상설단속반이 불법게임장 출입문을 뜯어내고 있다. 조재근 기자  
 

불법 사행성오락실과의 전쟁을 선포한 대전경찰이 전면전에 돌입했다.

지난 13일 밤 9시 10분경. 대전 동구 용전동의 한 유흥가 인근 게임장 주변에선 여느 때와 달리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일명 ‘불법게임장 고사작전’ 돌입 첫 날인 이날 게임장 주변에선 소위 ‘문방’으로 불리는 30~40여 명이 각자 휴대폰을 들고 누군가와 긴박한 통화를 이어갔다. 한 남성은 “오늘 경찰이 쫙 깔린다. 장사하긴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9시 20분경 기동대 경찰과 방범순찰대 의경 20여 명이 한 나이트클럽 앞 게임장 밀집건물에 배치되기 시작하자 10여 명의 사람들이 건물 밖 계단을 통해 황급히 빠져나왔다.

그 순간 동부경찰서 소속 상설단속반이 건물 옆 게임장 출입구를 뜯어내기 시작했고, 굳게 닫힌 철문은 30여 분이 넘도록 열릴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이와 동시에 다른 단속반이 바로 앞 게임장을 급습했다. 하지만 이미 손님은 빠져나간 상태였고 게임장 안은 불이꺼져 암흑과도 같았다.

한 경찰은 “(업주들이)게임장 단속 사실을 알고 비밀통로를 통해 손님들을 빼낸 상태”라며 “전원까지 내리는 바람에 불법게임 데이터까지 모두 날아갔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의 짐작대로 게임물등급위원회 조사관이 게임기 내 PC본체에서 분석 작업을 벌였지만 별다른 혐의점은 찾지 못했다.

다행히 비경품 게임기 등급허가를 받고 ‘환전용 딱지’가 나오도록 변조한 사실이 확인돼 개변조 혐의로 업주를 형사입건하기로 했다.

인근 또 다른 게임장 역시 불법영업을 한다는 첩보를 입수한 경찰이 들이닥쳤다. 게임장 안 인기척을 확인한 경찰이 수차례 출입문을 두드려봤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고, 결국 문을 뜯어내고 들어간 게임장 안에선 종업원 1명과 손님 3명이 아무 일도 없는 듯 태연히 자리에 앉아 있었다.

 

   
▲ 대전경찰이 불법 게임장 고사작전에 돌입했다. 불법 사행성 게임장 단속이 시작된 지난 13일 밤 게임장에 들어간 한 경찰관이 게임기를 바라보고 있다. 조재근 기자

이 곳 역시 전원이 모두 내려가 불법게임 데이터가 이미 지워진 상태였으며 불법게임용 USB(이동식저장장치)를 사용한 흔적만 확인했다.

게임장 안에 있던 사람들은 하나 같이 “그냥 놀러왔다”는 식으로 불법게임 사실을 회피했지만 경찰의 추궁이 시작되자 앞뒤가 맞지 않는 말만 되풀이 했다.

이 게임장 내에서 발견된 50대 여성의 가방에선 신분증과 함께 5~6개의 통장, 다수의 현금이 발견됐지만 불법게임 사실 확인이 안 돼 처벌은 어려운 상황이었다.

또 20여 평 남짓한 게임장에선 주 출입구 외에 2개의 비밀통로가 발견됐다. 이 문을 통해 빠져나오자 마치 길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지하 세계가 펼쳐졌다.

이날 경찰이 급습한 3개의 불법 게임장이 모두 거미줄처럼 얽힌 비밀통로로 연결되는 등 치밀한 도주 경로에 입이 벌어질 정도였다.

이날 경찰이 대전지역에서 단속한 불법게임장은 모두 3곳으로 유성 봉명동의 한 게임장에선 현금 662만 원을 압수했다.

경찰은 이날을 시작으로 강력단속은 물론 이용자가 몰리는 오후 9시부터 새벽 1시까지 게임장 주변에 경찰력을 집중 배치, 불법 영업 사전 차단에 나설 방침이다.

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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