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행성게임장과 유착된 경관들에 대한 징계처분을 놓고 경찰 안팎에서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똑같이 단속정보를 흘리고 돈을 받아 챙겼는데도 1명은 ‘파면’된 반면 다른 경관 1명은 ‘정직 2월’ 처분을 받으면서 ‘봐주기식 징계’라는 비판이 경찰내부에서 들끓고 있다. 청주흥덕경찰서는 최근 징계위원회를 열어 게임장 브로커에게 단속정보를 넘겨주고 돈을 받아 챙긴 남모 경사에 대해 정직 2월의 처분을 내렸다.
남 경사는 지난해 청주흥덕서 게임장 단속 부서에서 근무하며 브로커 김모(73·구속기소) 씨에게 단속 정보를 흘리고 170만 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다. 남 경사는 수뢰 혐의로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홍동표 전 청주흥덕서장 사건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았으며, 지난해 12월 말 검찰은 남 경사를 불기소하는 대신 경찰에 징계통보했다.
논란이 되는 것은 남 경사와 같은 비위사실이 적발된 청주흥덕서 전 경찰관 유모 씨에 대한 징계처분과의 형평성 문제다. 유 씨도 브로커 김 씨 등에게 단속정보를 제공하고 370만 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다만 유 씨는 불구속 기소돼 홍 전 서장과 함께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에 대한 혐의는 같지만 남 경사가 받은 뇌물액수가 유 씨에 비해 적은 점 등을 고려해 기관통보했다고 설명했다. '370만 원 vs 170만 원'이라는 수수액 규모에 따라 기소여부가 달라진 것이다.
남 경사의 징계가 결정되면서 경찰 내부에서는 형평성 논란과 함께 공정성 시비까지 일고 있다.
우선 검찰의 기소여부에 따라 경찰이 의결한 징계수위가 달라진 것이라면 명분은 있지만, 파면된 유 씨에 대한 징계의결 시점은 검찰수사가 시작되기 전 이뤄졌다는 점이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당시 경찰은 자체 감찰을 통해 유 씨가 브로커에게 단속정보를 제공했다는 사실은 확인했어도 금품수수는 밝혀내지 못했다. 하지만 유 씨에게 내려진 처분은 징계 최고수위인 파면이었다.
금품수수와 상관없이 브로커에게 단속정보를 흘렸다는 것만으로도 파면조치를 내리는데는 충분하다는 게 경찰 설명이었다. 경찰의 징계 시점에서 밝혀진 비위사실만 놓고 보면 유 씨는 단속정보 제공만으로 파면을, 남 씨는 단속정보 제공에 이어 금품수수까지 드러났지만 정직 2월의 처분을 받은 셈이다.
게다가 남 경사는 사건이 불거지기 전 인사이동에 따라 지구대로 전보되면서 브로커 김 씨에게 대체 단속인력으로 유 씨를 추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사권자인 홍 전 서장은 김 씨의 요청에 따라 유 씨를 단속부서에 배치했다.
남 경사에 대한 징계수위에 대해 청주흥덕서는 “브로커에게 받은 170만 원은 업무와 관련한 뇌물보다는 단순히 야식값 명목으로 받았다는 게 검찰과 충북경찰청의 판단이다. 때문에 청주흥덕서 자체적으로 뇌물로 볼 명분이 없다”고 설명했다.
남 경사에 대한 검찰의 이해할 수 없는 불기소 처분 후 징계수위에 촉각을 세우고 있던 일선 경관들은 조직에 대한 불신론까지 주장하고 나서는 등 술렁이고 있다.
한 경찰간부는 “남 경사는 브로커에게 단속정보를 제공한데다 단속 결과까지 보고하고, 금품까지 받아 챙긴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단순히 ‘뇌물이 아닌 야식비 차원에서 받았다’는 얼토당토 않은 이유을 들어 정직 2월 처분을 내린 것은 경찰 스스로 조직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경찰관은 "단돈 1만 원을 뇌물로 받았어도 파면처분이 내려지는 게 경찰 조직인데도, 무려 170만 원이라는 돈을 부정하게 받았는데도 정직으로 끝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그 무엇인가’가 있는 게 아니겠느냐”며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하성진 기자 seongjin98@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