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구제역으로 말미암은 가축 이동제한이 해제되면서 구제역은 서서히 잊혀지고 있다. 하지만 일선 축산농가에서는 보상금, 재입식 문제 등으로 후유증을 앓고 있다.
우선 직격탄을 맞은 곳은 위탁사육농가다. 소, 돼지 등의 가축을 보유한 농가가 구제역 탓에 가축을 살처분하면 살처분 보상대상이 된다. 청원군은 지난 1월 25일 이전에는 50%, 이후에는 40%의 보상금을 지난달까지 5차례에 걸쳐 약 45억 원을 지급했다.
하지만, 가축주로부터 가축을 위탁받아 사육하고, 이를 판매한 후 사육비용을 정산받는 위탁사육농가들은 보상금 대상이 아니다.
천안에 있는 양돈법인으로부터 위탁받은 돼지 840여 마리를 지난 2월 모두 살처분 한 청원군 내수읍 정지석 씨(43)는 “양돈법인에 일부 보상금이 나왔고 돼지 입식 기간을 따져 그 중 일부를 지급받긴 했지만 금액은 크지 않고 이마저 대출금을 갚는데 썼다”며 “한 달 뒤 재입식을 시작해도 4개월이 지난 후부터 수입이 발생하기 때문에 아무리 빨라도 올 가을까지는 수입 없이 버텨야 한다”고 토로했다.
가축을 위탁하는 양돈법인이 구제역을 비켜나간 정 씨의 경우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정 씨는 재입식만 확정되면 바로 돼지를 받을 수 있지만, 전국적으로 돼지 품귀현상이 일어나면서 상당수 위탁사육농가들은 언제 소득이 발생할지 기약이 없다.
축산 현장에서는 재입식 방법도 논란이 되고 있다. 전수매몰과 일부매몰의 재입식 조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부 농가에서는 바로 구제역 발생 시점에 따라 이웃농가라도 전수매몰과 부분매몰로 나뉘었는데, 부분매몰은 이동제한이 풀린 후 바로 재입식이 가능하지만, 전수매몰은 1차 점검 후 한 달 뒤 2차 점검을 받아야 하는 현 규정은 불공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부가 선지급 된 보상금 정산 과정도 지지부진하다. 보상금은 선지급 이후 각 시·군의 수의사, 가축방역관 등이 참가한 보상금 평가단의 평가를 거쳐 결정하게 돼 있다. 문제는 돼지. 돼지는 워낙 매몰 두수가 많아 매몰현장에서 무게를 잴 수도 없었고, 산정기준 자체가 모호하다.
청원군 관계자는 “보상 규정에는 농협에서 공표하는 축산물가격동향을 따르라고 했지만 종별로 가격이 정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소문이 빠른 축산업계의 특성상 특정 시·군에서 보상비가 많이 나가면 형평성 논란이 일 수 있어 각 시·군이 눈치보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보상금 정산이 늦어지고 있다는 소문도 있다.
이와 함께 도를 넘는 구제역 매몰지 관리도 논란이 되고 있다. 구제역 매몰지에 대한 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각종 단체에서 무분별하게 구제역 매몰지를 방문한다는 것.
한 축산농민은 “구제역이 종식됐다고는 하지만 가축전염병은 구제역만 있는 게 아니다”며 “부분매몰된 농장은 여전히 가축을 사육하고 있는데 매몰지 관리 수준을 확인한다면서 여기저기에서 방문하면 되레 다른 질병을 전파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매몰지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면 소수의 전문가들만 각 농장 출입 전·후 확실한 방역을 거친 후 방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청원=심형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