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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부터 4개 정유사가 기름값을 리터당 100원 인하를 시행했지만 도내 일부 주유소가 기존 기름값을 유지하면서 운전자들로부터 원성을 샀다. 이덕희 기자 withcrew@ | ||
국내 4대 정유사가 7일 기름값 인하에 돌입했지만, 시행 첫날부터 충북지역 일선 주유소에서는 혼란이 일었다. 일부 직영 주유소 대부분은 ℓ당 100원을 인하했지만, 도내 상당수 주유소는 ℓ당 100원을 인하하겠다는 정유사의 약속을 지키지 않거나 내리더라도 인하 폭이 들쭉날쭉했다.
일부 주유소 밀집 지역에서는 다른 주유소의 상황을 지켜보며 가격 할인 시기를 늦추기 위한 눈치 보기도 이어졌다. 특히 상당수 주유소가 부랴부랴 인하 정책을 시행하느라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손님을 맞이한 탓에 인하된 가격에 주유하기 위해 주유소를 찾은 운전자들은 전날과 같은 가격에 기름을 넣을 수밖에 없었다.
7일 오전 청주의 한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전날과 같은 ℓ당 1998원. 이 주유소는 국내 4대 정유사 중 가장 먼저 기름값 인하를 결정했던 SK주유소였지만, 이날 기름값을 내리지 않았다.
인근의 또 다른 4대 정유사 주유소도 전날과 같은 기름값을 책정했고 상당수 주유소가 이날 가격 인하를 하지 않거나 인하 폭이 제각각이었다. 또 일부 주유소는 기름값을 내리는 대신 특정 카드를 쓸 때 ℓ당 100원씩 캐시백으로 돌려주는 편법을 쓰기도 했다.
정유사들의 가격 인하 방침에도 일부 주유소들이 섣불리 가격 인하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은 기름값이 대체로 주변 주유소의 시세에 맞춰지기 때문이다. 경쟁 주유소가 기름값을 내리기 전에 먼저 인하하기 어려운 업계 분위기상 인하 방침이 나오자마자 기름값을 내리는 것 자체가 힘들다는 뜻이다.
기름값을 내리지 않은 주유소들이 “재고가 소진되기 전까지 가격 인하가 힘들다”, “구체적인 가격 인하 지침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등의 핑계를 대며 가격 인하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직영 주유소 관계자는 “지방 주유소들은 특히 주변 경쟁 주유소들과 시세를 맞출 수 밖에 없다”며 “한 곳에 가격 변동이 생기기라도 하면 당장 매출에서부터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상당수 주유소가 가격을 내리지 않거나 가격 인하가 뒤죽박죽인 상황에서 이날 주유소를 찾은 운전자들의 기대는 실망감으로 바뀌었다. 특히 기름값 인하 사실이 대대적으로 발표되면서 기대감을 안고 7일 이후로 주유를 미뤘던 운전자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주유소에서 만난 한 운전자는 “100원이 인하된 주유소를 찾기 위해 오전부터 3곳의 주유소를 돌아다녔지만, 정유사가 약속한 100원을 제대로 지킨 곳은 한 곳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주유소 관계자는 “정유사들이 내린다고 발표만 하고 주유소들과 인하 전 들여온 물량에 대해서는 아무런 얘기가 없어 기름값 인하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 같다”며 “주유소들 입장에서는 가격 인하 전의 재고분이 그대로 남아 있는 상황에서 손해를 보면서 가격을 내릴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고형석 기자 kohs@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