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의 승리 뒤엔 항상 든든한 불펜진이 버티고 있었다.
올시즌 프로야구 첫 연장 끝내기의 주인공은 두터운 불펜진을 앞세운 한화가 기록했다. 한화이글스는 지난 6일 대전 한밭야구장에서 열린 기아와의 경기서 연장 10회 이대수의 솔로런으로 10-9 각본 없는 드라마를 연출했다.
이날 양 팀 모두 화력은 강했지만 선발진이 무너졌다. 선발 등판한 한화의 송창식은 1.1이닝 동안 4피안타(1홈런), 볼넷 2개 5실점으로 부진했고, 기아의 서재응도 2이닝 동안 6피안타(1홈런) 6실점을 기록하며 강판당했다.
이에 따라 한화의 한대화 감독은 풍부한 불펜진을 내세워 송창식 이후 장민제, 유원상, 박정진, 윤규진, 정재원을 차례로 마운드에 올렸다.
비록 장민제와 유원상이 각각 2실점을 내주며 위기의 순간도 맞았지만 불펜진의 끊질긴 악력으로 6회부터 연장 10회까지 기아의 타석을 잠재웠다.
이날 한화의 일등공신은 단연 장민제였다. 송창식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장민제는 3이닝 동안 3피안타 1볼넷, 5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하며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올 시즌 타격감이 살아난 기아의 김선빈을 비롯해 이범호, 최희섭, 김상현을 차례로 돌려세운 것이 분위기를 크게 반전시켰다.
지난해 고군분투하며 불펜을 이끌었던 박정진과 윤규진도 각각 1.1이닝 동안 노련함과 빠른 직구를 활용해 기아 타선을 막아냈다.
무엇보다 위기 상황에서도 한화의 불펜은 여유가 있었다. 연장전인 10회 9-9 상황에서도 한 감독은 마무리 오넬리를 마운드에 올리지 않고 정재원 카드를 선택했다. 연장 승부가 길어질 경우를 대비해 오넬리를 아껴뒀고 정재원을 믿었기 때문이다.
정재원은 얼굴에 땀이 흠뻑 젖을 정도로 긴장했지만 침착하게 잘 던졌다.
기아의 이종범과 이용규를 각각 뜬공으로 잡아낸 뒤, 이날 3안타 맹타를 휘두른 김선빈까지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8년만에 첫 승리 투수로 이름을 올렸다. 이로써 한화는 불펜진이 두터워진 만큼 올 시즌 한대화 감독이 선언한 마운드 재건과 발빠른 ‘작전야구’가 어느정도 무르익어가고 있다.
이주민 기자 sinsa@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