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유4사 기름값 인하 첫 날인 7일 대전 대덕구 한 주유소에서 직원이 인하된 가격을 개시하고 있다. 허만진 기자 hmj1985@cctoday.co.kr  
 

“결제조차 안된다니 이게 무슨 일인지 납득이 안가네요.”, “이게 내린 가격이라니 대체 뭘 내린건지…체감이 안되네요.”

국내 정유 4사의 유가 할인 시행 첫날인 7일 대전지역 일부 주유소에서는 소비자와 업주 간 언쟁이 벌어지는 등 혼란스러운 하루가 이어졌다.

이날 오전 10시께 서구 둔산동의 한 SK 주유소에서는 휘발유값을 빨리 결제해달라는 운전자의 고성과 카드결제가 안돼 쩔쩔매는 주유원의 모습이 포착됐다. 취재 결과, 이 주유소는 이날 오전 한때 카드결제 서버가 다운되면서 계산을 할 수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운전자 이모(31) 씨는 “이미 기름은 넣었는데 결제가 안된다니 황당할 따름”이라며 “약속도 잡혀있어 바쁜데 여기서 시간만 보내고 있다니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주유소 측 역시 황당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주유소 관계자는 “카드사에 전화를 했더니 순간적으로 카드이용자가 폭주해 서버가 다운된 듯하다는 답만 들었다”며 “(카드결제가 안돼)장사를 못해먹고 있는데 할인이 무슨 의미가 있나”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와 관련, SK에너지 측은 결제가 안되는 부분에 대해 카드사의 시스템 문제이므로 어찌 할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SK관계자는 “(카드결제 서버가 다운됐다는)그런 내용은 접수되지 않아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며 “일부 카드사의 결제 시스템이 마비된 것일 뿐 할인으로 인한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오전 11시께 서구 갈마동의 한 주유소는 여전히 ℓ당 1929원의 간판을 내건 채 휘발유를 판매하고 있었다.

이로인해 “이 가격이 인하한 가격이냐”라는 소비자들의 불만섞인 목소리와 직원들의 “공급가가 올라 인하한 가격이 이 정도다”라는 해명이 이어졌다.

이 주유소 관계자는 “며칠 전 기름값이 더 오른다는 말을 듣고 곧바로 15일치의 휘발유와 경유를 사놨는데 이걸 다 소진해야 가격을 더 낮출 것 아니냐”며 “이것도 그나마 가격을 낮춘거다. 무작정 내린다고 홍보부터 한 정유사가 원망스럽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대덕구의 한 주유소 관계자는 혼자만 가격을 내렸다며 씁쓸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이 주유소는 정유사의 공급가 100원 인하 소식을 듣고, 이날 자정을 기해 휘발유와 경유 판매가격을 100원씩 내렸지만 주변 주유소들의 가격간판에는 전혀 변동이 없었던 것.

이 관계자는 “정유사에서 공급가를 인하하니 판매가격을 100원씩 내리라고 해서 내렸는데 아침에 나와보니 우리 가게만 가격을 내렸다”며 “공급가 인하 이전에 받아놓은 기름인데 ℓ당 50원은 손해보게 생겼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운전자들 역시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석유제품 할인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직장인 전모(35) 씨는 “여전히 1900원대 주유소가 많은데 대체 뭘 내렸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며 “3개월 할인기간 내내 이 모습이 지속된다면 결국 소비자들만 우롱한 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한성 기자 hansoung@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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