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영남권 광역단체장과 만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이하 과학벨트)의 경북 배분 긍정 검토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충청권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관련기사 4·5·20면
모 언론은 지난 4일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김범일 대구시장과 김관용 경북지사와 점심식사를 하면서 두 단체장이 과학벨트 경북 유치 당위성을 설명했고, 일부 기능 배분의 긍정 검토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이 대통령의 발언이 전해지면서 충청권이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당 홍재형 의원(청주상당)은 6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과학벨트 관련 발언과 관련해 “충청인을 무시하면서 예정된 시나리오대로 진행되는 것이냐”며 반발했다. 홍 의원은 “충청인의 과학벨트 유치를 위한 의지를 담은 서명서도 전달하는 등 수차례 대통령의 약속 이행을 촉구했는데 충청인의 뜻을 저버릴 수는 없다”며 “신공항 백지화가 곧바로 과학벨트 분산배치로 연결된다면 충청인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민주당 변재일 의원(청원)은 “국가의 백년대계를 결정할 기초과학 사업을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에 따른 대구·경북의 민심이반을 달래기 위한 목적으로, 정치적 흥정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며 “기초과학을 놓고, 고향 챙기기를 위한 저울질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변 의원은 “오늘 발표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위원회 위원도 20명 중 9명이 영남권 인사들로 구성됐다”며 “행정중심복합도시가 그랬고, 첨단의료복합단지가 그랬던 것처럼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은 더 이상 공약도 아닌 오직 고향 챙기기에 골몰한 대통령 형제의 욕심만 남았다는 한탄만 나올 듯 싶다”고 비난했다. 자유선진당도 이날 논평에서 청와대의 과학벨트 분산 배치 음모설을 밝힐 것을 촉구했다.
자유선진당은 “이명박 대통령은 즉시 이번 과학벨트 분산배치 발언에 대해 밝혀야 한다”며 “만일 사실이라면 대통령은 신공항 대선공약 폐기를 위해 과학벨트를 제물로 삼겠다고 발언한 것으로 묵과할 수 없다”고 밝혔다. 과학벨트 대선공약이행 범충청권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성명에서 “경북 배분 발언이 사실이라면 과학벨트는 정치논리가 아닌 과학계 스스로가 합리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이명박 대통령 본인이 언급했던 발언과 약속을 또다시 부정하고 뒤집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비대위는 “이 대통령은 일부 기능을 경북으로 분산 배치하겠다는 발언을 한 이후에도 경북도지사와 만남을 비밀에 부치도록 지시했다고 하는데 이는 밀실 정치의 정형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과학벨트의 분산 배치는 국민 권익에도, 국익에도, 국가의 미래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통령은 분산 배치 음모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엄경철 기자 eomkc@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