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 등 다중이용업소에서 위급상황이 발생할 경우 안전한 대피로를 알리는 피난안내물 설치 의무화가 업주와 시민 무관심 속에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하고 있다.
5일 대전과 충남소방본부에 따르면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제12조의 시행 유예기간이 지난달 말 종료됨에 따라 다중이용업소 내 피난안내도 설치를 비롯해 안내영상물 상영이 의무화 됐다.
내부 면적 33㎡ 이상의 밀폐된 공간이 있는 모든 다중이용업소는 비상구의 위치, 피난 동선 등을 알리는 ‘피난안내도’를 눈에 띄는 곳에 부착해야 하며 노래방, 유흥·단란주점, 비디오방 등 영상시설이 있는 곳은 각 영상기기를 통해 ‘피난 안내 영상물’을 상영해야 한다.
안내도나 영상물을 설치하지 않으면 첫 적발 시 과태료 50만 원, 두 번째는 100만 원, 세 번째는 200만 원이 부과된다.
그러나 2007년 특별법에 따라 지난달 25일까지 4년 간의 유예기간을 거쳤지만 피난 안내물 설치는 여전히 미흡한 상태다.
대전지역은 유흥주점 308곳, 단란주점 225곳, 노래방 1280곳, PC방 610곳 등이 피난 안내물 의무 설치대상이다.
이 가운데 도면형태로 된 피난안내도는 대부분 업소에 비치된 상태지만 영상물의 경우 110여 곳 이상이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충남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충남지역 다중이용시설은 유흥주점 1000여 곳, 단란주점 500여 곳, 노래방 1300여 곳, PC방 100여 곳이 있지만 최근 소방당국 조사결과 피난안내도는 700여 곳이, 영상물은 500여 곳이 미설치된 상태였다.
특히 미설치 업소 대부분은 피난영상물을 상영해야 하는 노래방이나 유흥주점으로 최신 노래반주기가 설치된 곳이 아니면 업주들이 한 대당 3만 원가량의 비용을 들기 때문에 설치를 차일피일 미루는 것으로 전해졌다.
피난안내도의 경우 규격 제한이 정해지지 않은 것도 문제다.
실제 대전지역 서구의 한 PC방에는 입구나 각 모니터 어디에도 피난안내도가 없었으며, 또 다른 노래방은 각 방마다 안내도가 부착돼 있었지만 크기가 작아 눈여겨보지 않으면 피난동선을 파악하기 조차 힘든 상황이었다.
또 노래방에 설치된 영상물 역시 노래반주기가 최초 구동될 때만 상영되는 곳이 많이 미리 기기를 켜둔 업소에선 안내영상물을 볼 기회가 적다는 지적이다.
시 소방본부 관계자는 “피난안내도는 예시 도면을 참고하면 금방 제작이 가능하지만 영상물은 노래반주기 제작업체에서 업소에 맞게 제작하기 때문에 설치가 늦어지고 있다”며 “이달까지 미설치 업소를 대상으로 계도기간을 거친 뒤 5월부터 본격 단속에 나설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