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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특별법이 5일 발효되면서 충청권과 정치권의 긴장도가 급속히 높아지고 있다.
광주·호남, 영남, 과천·경기지역 등 전국 지자체들은 이날 특별법 발효에 맞춰 과학벨트 유치를 공식 선언하는 등 본격적인 유치전에 뛰어 들었다.
정부는 이명박 대통령의 ‘과학벨트 충청권 조성’ 대선 공약 백지화 시사 발언 이후 지자체들의 유치경쟁을 사실상 묵인해 왔다. 여기에 최근에는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이후 과학벨트 분산론이 나오는 등 혼란이 거듭되면서 충청권 민심은 그야말로 폭풍전야로 빠져들고 있다.
◆입지선정작업 착수
5일 발효된 과학벨트 특별법에 따라 정부는 7일 입지 선정을 포함한 과학벨트 기본계획을 전적으로 맡을 과학벨트위원회 첫 회의를 개최한다. 과학벨트위원회는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각 부처 차관 6명 등 당연직 위원 7명과 민간 전문가 13명 등 모두 20명을 구성된다. 이미 공개된 당연직 위원 7명 중 절반 이상이 영남 출신이라는 점에서 ‘공정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등 잡음을 일으키고 있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는 5일 “국가 기관이든 어떤 단체가 일을 할 때는 공정한 인식을 줘야 한다”며 “그런데 이렇게 치우친 구성을 가지고 하면 과연 국민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겠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산하 분과위원회로는 논란의 초점인 입지를 결정하는 ‘입지평가위원회’와 기초과학연구원의 설립·운영 방안을 논의하는 ‘기초과학연구원 위원회’가 설치된다. 10명 안팎으로 구성될 입지평가위원회 위원들의 명단은 비공개될 것으로 알려져, 벌써부터 공정성을 위한 명단 공개는 물론 향후 평가서도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입지는 △연구·산업기반 구축 및 집적도 △정주환경의 조성 정도 △국내외 접근 용이성 △부지확보의 용이성 △지반의 안정성 및 재해 안전성 등의 사항이 고려된다.
정부는 이명박 대통령이 “갈등이 있는 국책 사업은 가능한 조속히 결정해야 한다”고 밝힌 만큼, 빠르면 이달 말 경 입지에 대한 윤곽을 잡고, 내달 안에 최종 발표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갈등 부추기는 정부
과학벨트 대선공약 이행 범충청권비상대책위원회는 5일 청와대 앞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과학벨트 충청권 조성’ 대선 공약 이행을 촉구하고 충청주민 246만 명의 서명부를 청와대에 전달했다. 이는 충청권 주민 2명 중 1명꼴로 서명을 한 셈이다. 지난해 정부가 과학벨트의 최적 입지를 ‘세종시’라고 공식 발표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검토 자료도 충분하지만, 이를 백지화한 것에 대한 충청인의 공분은 극에 달해 있다.
반면, 타 지자체들은 정부의 ‘무원칙’과 ‘무신뢰’로 인해 하늘에서 떨어진 과학벨트를 잡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특히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이후 영·호남권 지자체들은 과학벨트 분산을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와함께 정부가 여러 지역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과학벨트를 쪼개어 줄 수는 정치적인 결정을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각 지자체간 갈등은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이 같은 갈등과 혼란은 정부 스스로가 국가의 기본 원칙인 ‘신뢰와 원칙’을 무너뜨렸기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부 고위관료들과 여당 인사들이 ‘연간 사회적 갈등 비용 300조 원’을 없애자고 강조하고 있지만, 단순한 구호일 뿐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야 국회의원들은 “정부에 대한 신뢰는 이미 무너졌다. 공정하게 평가해 과학벨트 입지를 발표해도 지자체들이 승복할지는 미지수이다. 발표 이후 또 다른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선진당 의원들은 “과학벨트 논란을 둘러싼 각 지자체의 갈등을 조기에 진화하고 국가 신뢰를 높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세종시 조성”이라며 “과학벨트 세종시 조성은 과학계 등 전문가들이 인정한 만큼 논리적 타당성이 확보돼 있는데 다, 대통령이 공약을 지켰다는 점에서 정치적 논란도 잠재울 수 있다”이라고 강조했다. 이선우 기자 swlyk@cctoday.co.kr